[프라임경제] 사람은 하루에 약 5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중에는 스스로 의도하는 생각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흘러가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잠시도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이 없으니 삶을 생각 그 자체로 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시각인 듯 하다.
한 때는 생각, 마음 따위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살았다. 대기업에 다니며 아침 일찍 부터 밤 늦게까지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일을 했을 때에는 생각이나 마음에 관한 이야기들이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망상론자들의 근거 없는 허황된 이야기라고 단정했었다.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선명하게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보다는 지금 바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그리고 막노동의 현장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은 이런 나의 생각을 크게 변화시켰다. 똑같은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너무나 극명하게 달라보였다.
비록 지금은 감옥에서 막노동판에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지만 언젠가 반드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현재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록 아주 조금씩이긴 하지만 새 기회를 만나기도 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반면, 내 인생이 그렇지 뭐 하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저 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사람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상황이 나빠질 뿐이었다.
솔직히 감옥이나 막노동판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정신적으로 가장 피폐해지고,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곳이 감옥이나 막노동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바닥에서의 삶에 부딪치고서야 비로소 마음의 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안락하고 평온한 삶에 비하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에 부친 생활이지만, 어제보다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고 작은 일상에 행복할 줄 알게 됐다.
나는 지금 막노동을 하면서도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닌다. 내가 책에서 얻었던 힘과 용기,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희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기 위함이다. 맨 처음 책을 낸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웃기도 했고 위로하기도 했다.
아마도 전과자, 파산자, 막노동꾼이라는 나의 처지가 책을 낸다는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터다. 수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내가 책을 두 권이나 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이 나오기 2년 전부터 작가로서 강연을 다니는 내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고, 강연내용을 중얼거리기도 했었다. 그 때 마음 속에 비치던 장면이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 너무나 똑같아서 스스로도 한 번씩 놀랄 정도다.
마음의 힘은 꼭 뭔가가 되겠다거나 이루겠다는 결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 삶에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은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평온한 마음이란 것이 글쓰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은 평온하다고 믿는 나의 마음먹기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정확지 않다. 분명한 것은 글쓰기와 마음가짐 두 가지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운명이 된다고 한다. 결국 생각이란 것이 그 사람의 운명이 된다는 말인데, 이 생각을 만드는 것이 글쓰기라고 믿는다.
혹자들은 생각이 글을 만들어낸다고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글쓰기가 생각을 만들어낸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글쓰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참된 생각들로 소중한 삶을 가꿔나가리라 다짐해본다.
이은대 작가(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