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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권력 도전 자초한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 결단 내려야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6.07 14: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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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불법보조금의 성지'로 불리는 테크노마트에서 '혜택 좋은' 통신사는 LG유플러스다. 그곳 판매원 대다수가 "LG유플러스로 기변하는 게 좋다"고 제안한다. 이는 LG유플러스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규정 외 추가 지원을 많이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6월이 되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LG유플러스의 불법행위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사옥을 찾은 방통위 조사관의 출입을 막았다. 조사는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고 '공권력 도전' 논란이 불거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LG유플러스는 "단통법 13조3항에 따라 방통위는 조사 이행 7일 전에 사업자에 알려야한다"는 점을 들어 "방통위 조사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방통위는 같은 조항의 "긴급한 경우나 사전에 통지하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예외 규정을 꼽아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LG유플러스는 조사에 응했다. 이후 '방통위와 오해가 풀렸다'는 간단한 해명이 들렸다.

하지만 LG유플러스 내부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 조사의 경우, 통보 후 '하룻밤'이 지나 실제 조사에 착수한 반면, 이번 자사 조사는 통보한 당일 조사에 돌입했다"며 '예외적 조사'에 따른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테크노마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LG유플러스의 위법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조사가 급작스럽다'고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방통위 탓이 크다.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불법행위는 LG유플러스뿐 아니라 SK텔레콤이나 KT의 경우도 암암리에 만연하다.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방통위는 이에 대해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기 어렵다"며 현실론에 기대왔다. 

단통법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신종철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 담당 과장은 "수년간 단말기유통조사 분야에 종사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불법보조금이란 개념이 완벽히 사라질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사 당국조차 단말기 유통업계 불법행위를 뿌리 깊은 관행처럼 여기는 셈이다.

어쩌면 LG유플러스의 '이례적' 방통위 조사 불응 사태는 평소 '방통위 관행'과 달랐던 이번 조사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방통위가 매사 엄정한 단속으로 일관했다면 이런 사태가 빚어졌을까.

특히 업계 호사가들은 이번 LG유플러스 단독 조사에 대해 "경쟁사의 사주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키도 하는데, 방통위 조사의 신뢰성이 이미 무너졌음을 방증하는 단면으로 보여 안타깝다.

여기에 단통법 위반 조사 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신종철 과장의 '사적인 점심식사'는 둘 사이 친분이 어떻든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조사 하루 전 갑작스런 만남이 이뤄졌는데 그들의 해명처럼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방통위 상임위원들 역시 전에 없이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연 데서도 상황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엄정한 대처로 흐트러진 방통위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때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때맞춰 지난달 31일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해외순방에 나섰던 최성준 위원장이 지난 5일 귀국했다. 방통위가 LG유플러스의 '조사 거부'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단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 어떤 처벌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