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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처마 끝 인심 야박한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6.07 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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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터미널은 어느 지역이든 차가 들고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게 마련입니다. 편의시설이나 크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다만 어디든 가장 중요한 최소 요건이 있다면 승객 안전과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거죠.

사진은 경남 진주의 시외버스터미널인데요. 일단 터미널 입구에서 차를 세워 사람들을 하차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길바닥에 사람들을 내려주는 꼴이니 위험할 수도 있고, 사진처럼 비가 내리기까지 하면 우산이 없는 사람은 고스란히 비를 맞아야 하죠.

승객들이 모두 하차한 후에는 청소 아주머니가 잠시 올라타서 걸레질 등을 급히 한 뒤, 차는 주차장에 이동해 대기를 하거나 배차 간격에 따라 바로 승강장까지 들어가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큰 도시의 터미널을 보면 으레 승강장(흔히 몇 번 홈으로 부르기도 하죠)에 일단 차를 가져다 댄 다음 사람들을 내려주고 차를 다시 이동시키든지, 그 자리에서 탈 사람을 태우든지 하는 모습이 일반적입니다. 이를 생각하면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은 각 버스회사의 편의 위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드나드는 차와 노선은 많고, 터미널 공간이나 승강장이 한정돼 있다 보니 이에 따라 운영되는 나름의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터미널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사람을 태우고 내리는 것을 관리하기 위해 선을 그려놓는 등 고심한 흔적도 보입니다.

그렇다 해도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들어온 버스가 바로 떠나야 하는 상황인데도 승객들을 길바닥에 내려준 뒤 빈 차로 승강장까지 유유히 입성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는 '예비' 승강장도 있는데요. 하지만 예비 승강장에 표시된 노선의 경우 이미 다른 승강장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어 유명무실해 보입니다. 비오는 날만이라도 노는 예비 승강장에 버스를 대고 승객들을 안전하게 내려준 뒤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여유를 발휘할 수는 없는 걸까요.

불청객이라도 처마 끝에서 비를 피할 수 있게 호의를 베풀던 옛 풍습을 생각해 보면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의 하차 풍경은 야박하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