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6.02 12:32:27
[프라임경제] "자, 직접 해 보시니 어떻습니까?"
모의 총기를 부여잡고 몸을 숙이며 관목과 수풀 사이를 헤치고 돌아다니자 잠깐 새 등에 땀이 배어 나왔다. 더욱이 미리 점찍고 노리던 바로 그 자리에 드디어 살짝 적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의 전율은 단순히 '적을 잡았다'는 파괴적인 쾌감을 넘어섰다.
김영현 대한서바이벌스포츠협회 회장이 흔히 사용하는 서바이벌'게임'이라는 표현 대신 서바이벌'스포츠'가 더 적합하다는 조심스런 주장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기자들이 취재와 인터뷰를 위해 잡아 본 몇 가지 무기는 미국에서 수입된 적외선 조준 모의 총기다. 김 회장이 최근 정열적으로 추진하는 서바이벌스포츠 활성화에 마중물이 돼줄 도구다.
적의 적외선 조준에 걸리면 소음과 진동, 통증 등을 느끼게 해 과거 페인트볼이나 BB탄을 사용하는 총기를 사용할 때보다 이점이 많다. 총알 날아오는 게 보인다고 할 정도인, 큰 페인트볼의 느린 탄속 때문에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점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BB탄으로부터 눈을 지키기 위해 보안경 등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뛰고 구르기에 적합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이 장비는 미군이 군사 훈련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동일 기종입니다. 노트북 한대와 작은 통제장치 하나만 있으면 종합상황통제를 할 수 있어 여러명이 동시에 직경 1.6㎞의 넓은 공간에서 함께 즐길 수 있지요."
한강을 가로지르는 마포대교 길이가 1.39㎞, 공원 같은 넓은 곳에서 다수의 참가자가 함께 '스포츠'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가족 함께 즐길 수 있고 청소년 건강 단련에도 적합
이처럼 탁월한 성능의 도구 도입에 대한서바이벌스포츠협회가 나선 것은 게임으로서의 성격보다 가족이 함께 스포츠와 레저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에 이 장비가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M-4 소총과 흡사한 모의 총기를 들어보이며) 실제로 미군이 대테러 훈련 등에서 이 장비를 쓰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우주전쟁 무기 같은 버전도 함께 적극 도입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어린이용 도구는 명중도나 공격 범위를 SF 영화에서 볼 법한 레이저건처럼 높일 수 있습니다. 총을 쏜다기 보다는 가족들이 같이 뛰고 움직이며 게임을 즐기는 데 적합한 거죠."
기존 서바이벌게임이 한국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89년경으로 본다. 하지만 BB탄 등은 명중거리 문제로 장거리를 '작전 범위'로 하기는 어렵다. 또 도입
초기에는 주로 밀리터리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결국 야외활동으로 본격 성장하는 대신 사냥과 파괴적 본능이 주로 지배하는 게임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점을 이번에 우리 군의 마일즈 장비 성능을 능가하는 미군의 모의 훈련 총기와 그 자매품을 도입하면서 해소하는 발상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청소년들이 좁은 책상 앞에서 또 어쩌다 쉴 때도 스마트폰만 쥐고 웅크리고 지내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밖에서 활동을 할 수 있게 할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제가 평생 해온 사격과도 맞닿는 이 서바이벌스포츠를 본격화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다만 총을 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파괴적인 느낌을 받는 등 정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아서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크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기계가 좋아지면 '전략'을 짜는 방위전략 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작전대로 '팀워크'를 이뤄 함께 무언가를 성취해 내는 방법으로 총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일본 검술에서 말하는 '활인검(사람을 살리는 검술)' 논리와 통하는, 김 회장의 총을 바라보는 시각을 녹여낸 서바이벌스포츠론이다.
◆최연소 감독과 훈장에 빛나는 엽사 출신…레저총회 유치에 기여
김 회장이 총과 사격, 운동과 청소년층에 대한 이 같은 식견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지도자 경험 덕이다.
1978년에 옛 한일은행(후에 우리은행의 전신이 되는) 사격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화려한 공적을 쌓기 시작해 1984년 LA 올림픽 당시 사격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했다. '최연소 감독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체육훈장, 대한사격연맹 사무국장 등을 이력에 추가해 나갔다.
2005년 우리나라에서 세계레저총회 유치를 할 때도 기여하면서 총과 레저에 대한 접목 가능성에 한층 더 깊이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서바이벌을 게임보다 스포츠로 바라볼 때 우리 청소년들이 정서를 함양하고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협회 차원에서 지난 연말 충남 공주시 등과 서바이벌 테마파크 추진 협약을 맺는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서바이벌게임을 평화롭고 가족적인 서바이벌스포츠로 변화시킬 때의 이점이 크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방증이기 때문.
"현재 마니아층만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변 확대가 되면 관련 경제효과가 일어나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
김 회장의 날카로운 감각은 이렇게 청소년 심신 단련과 레저스포츠의 창조경제 효과를 겹쳐 겨냥하고 있다. '총잡이 김영현'의 서바이벌스포츠론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