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소멸시효 만료 자살보험금 지급 촉구에도 생명보험사(생보사)는 시종일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맞섰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해당 보험사 14곳 관계자들을 불러 지난달 말까지 안내 문구와 보험금 수익자 소재지 파악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형 생보사를 위시해 생보사 대부분이 마감 직전까지 고심하다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제가 되는 부문은 지난 2010년 4월 이전 '재해사망특약 계약'이다.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일본의 생명보험약관을 번역하면서 처음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을 작성했고 여러 생보사들이 이를 그대로 베껴 상품을 출시한 것.
당시 보험사들은 특약을 새로이 만들 때마다 약관을 공유해 짜깁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후 보험사들이 실수가 있었다며 2010년까지 이 같은 문구를 약관에서 제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2월26일 기준 자살 관련 미지급 건은 2980건, 보험금은 2465억원이다. 이 중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2314건(78%), 2003억원(81%)에 달한 상태다.
이에 대부분 생보사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계약 건에는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미지급보험금의 절반을 훌쩍 넘는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대법원이 자살한 A씨 부모가 교보생명에게 건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보험사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지만, 서울지법은 또 한 번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상태다. 즉 대법원의 판결이 다시 한 번 필요한 때인 것.
한 보험사 관계자는 "큰 이슈인 만큼 빨리 대법원이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기에 금감원에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법의 판단이 남은 처지에서 서둘러 보험금을 지급하기엔 배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이는 일반 계약자들의 보험료로, 주지 않아도 되는 보험금을 지급할 시 경영상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뿐 아니라 수익자에게도 민감한 사안이기에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죽은 이를 다 잊고 사는 수익자에게 오히려 후폭풍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쉽사리 돈을 주며 끝내버릴 단순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도 어떤 형태든 보험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알린 바 있다.
구체적인 수위는 경우에 따르지만, 임직원에 대한 문책과 과징금 부과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자살보험금 지급 이행상황을 철저히 점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