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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탁금지법 시행과 국민소득 2만달러의 늪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 기자  2016.05.31 09: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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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대비 2.6% 줄어든 2만7340달러다. 헤어나기 어려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 2006년이래 10년 동안 2만달러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한 뒤 4∼6년 만에 3만달러의 대문을 열었다. 우리경제가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시스템이나 제도운영이 이제는 기존 사고와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물론 언론인 등 민간영역이 포함된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위헌 또는 한정위헌 판결이 나면 시행 전에 법 개정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는 부담이 있다.

지난 5월13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의 경우 특히 직무수행,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인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가액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규정했는데 찬반의견이 뚜렷하다. 

전국학부모회, 시민사회단체 등은 찬성 입장인데 농림수산업, 소상공중소기업 등은 상한액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시행령안에 대해 국민 66%가 '잘된 일'이라고 응답한 반면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12%에 그쳤다. 

작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있어서도 청탁금지법이 부정부패 근절과 청렴한 사회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월등히 높다. 대체로 총론은 찬성이나 각론이라 할 수 있는 시행기준에 있어 다소 목소리가 갈리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1년 우리정부가 부패방지법을 제정한 이래 청렴도를 평가하고 다양한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왔다. 역대 정부 또한 모두가 부패척결의 기치를 들고 출범했으나 오늘날까지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윤리적이라거나 혹은 공직사회나 나라가 청렴하다는 평가를 국내외적으로 듣지 못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만연한 부정부패가 선진경제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부패와 경제성장 관계에 대한 과거 국내외 연구결과는 비교적 부패수준이 낮은 국가들이 매년 0.6~1.4%p 높게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부패지수가 개선된다면 자원의 추가적인 투입 없이도 경제성장률이 0.65%포인트가량 상승한다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다. 

우리가 기존의 사고방식과 달리 비상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향후 부패수준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국민권익위 조사를 보면 앞으로의 부패수준에 대해 유독 공무원의 경우에만 줄어들 것(55%)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은 반면 △일반국민 △전문가 △외국인 △기업인은 현재와 비슷할 것(51~61%)이라고 응답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부패척결을 위한 대책으로 △일반국민 △기업인 △전문가 △외국인은 모두가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 처벌의 강화'를 우선 들고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제 9월28일이 되면 2015년 3월 제정된 후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다.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가액 등의 기준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수준으로 책정돼 우리 사회 전반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행동 기준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윤리 도덕적 신념과 수준의 높이이자 건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하는 지침으로, 부정부패를 유발하는 과도한 접대 선물 문화를 배격하고, 거절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

2만달러 늪에 빠진 우리경제가 목표하는 선진경제는 선진적인 사회를 요구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제는 사회의 산물이며 사회의 중요한 제도기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