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0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사적 제302호 순천 낙안읍성(이하 낙안읍성)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낙안읍성관리사무소의 파행적 행정에 대해 비판하고, 반대로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주민들의 민원 제기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이 모든 것을 관리·감독해야 할 문화재청은 그저 방관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낙안읍성은 현존 조선시대 읍성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특히 성 내에는 전통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성곽 길이는 1410m이고 전체 면적은 22만3108㎡에 달하는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로 연간 120만명 관광객이 방문한다. 말 그대로 순천을 넘어 국가적 관광지라 할 만하다.
낙안읍성은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CNN 선정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6위로 선정된 바 있다. 또 현재 낙안읍성 내 문화재 총 13점(국가지정 10점·도지정 3점)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낙안읍성은 90여가구 약 250명 주민이 실제 생활하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요즘 낙안읍성 관계자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낙안읍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낙안읍성관리사무소가 펼치는 허술한 행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이 제기하는 행정 문제는 △성벽 옆 대형 자전거보관소 설치로 인한 성벽 미관 저해 △대대로 내려오던 야생화밭을 갈아엎고 외래종 정원 조성 △마을을 보호하던 대나무 숲 훼손 △정체성에 맞지 않는 체험장 운영 △영리사업단체 파행적 운영 등 무려 열 가지에 이른다.
특히 수호신 같은 역할로 읍성을 지켜주던 대나무 숲을 무참하게 잘라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몇 년 전 이미 공사를 위해 일부분을 잘라낸 전적이 있는데, 그 옆을 다시 대량으로 베어내면서 주민들은 태풍이나 바람으로 인해 초가지붕이 날아가거나 손상을 입을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낙안읍성전통문화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송상수 대표는 이 모든 소란의 원인이 "관리사무소로 대표되는 시 행정이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천시가 책정한 과다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관리사무소가 눈에 띄는 사업들에만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야생화 화단을 모두 뽑아내고 외래종 꽃들로 정원을 채운 사례를 들었다. 연초 시장 순시 때 시장이 "낙안읍성도 언제까지 전통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순천만정원을 위해 포식한 여러 꽃을 갖다 심으면 좋겠다"고 흘린 말 한마디에 관리사무소가 즉각 실행에 옮긴, 말하자면 '과잉 충성'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관리사무소는 일부 주민들의 이런 비판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이수형 낙안읍성관리사무소 계장은 이런 불만들이 그저 일부 주민들의 '흠집내기식 민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야생화 화단의 경우 "화단을 지지하던 경계목이 다 삭아 지저분해 미관상 정비 차원에서 주변 돌로 경계를 만들고 꽃을 심어, 훨씬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 됐다"는 것이다. 낙안읍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포토 스팟'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낙안읍성의 소박한 모습과 화려한 외래종 꽃밭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에 일부 동의하며 "가을에는 조·수수 등 토착 농산물을 심을 생각으로 이미 농업기술센터와 협의도 끝난 상태"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낙안읍성의 전통사업이 주민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민 친화적 사업으로 이미 전국적 우수사례가 됐다며, 이것이야말로 관리사무소가 주민과 소통하는 증거가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만약 주민들이 정말 관리사무소의 정비사업에 불만이 있다면 그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송상수 대표는 관리사무소가 이런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분열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낙안읍성의 주민들은 모두 노령이고, 관리사무소가 한 푼이 아쉬운 주민들에게 사업 지원비를 이용해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측의 팽팽한 주장을 조정하고 관리해야 할 문화재청은 오히려 보류 입장을 고수 중이다.
심유신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주무관은 주민들이 성벽을 가려 미관을 해친다고 주장 중인 자전거보관소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지상 6m가 넘지 않는 건축물은 건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허가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대나무 숲에 대해선 "대나무가 생장이 워낙 빨라 뿌리가 지나치게 자랄 경우 오히려 성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부러 솎아냈다"고 해명하며 "앞으로도 대나무가 일정 길이 이상 자라나면 성벽 관리 차원에서 잘라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도 읍성 관리조항에 포함된 항목이고 절차에 따라 진행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기본적으로 행정적 조치는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고 낙안읍성 내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간 해묵은 갈등이 문제라는 인식으로, 이번 민원 제기에 대해 따로 조처할 필요가 없어 보류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