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5.30 18:22:19
[프라임경제] 검찰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미국인인 전직 사장(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오늘 내일 사이 검토 중인 데다,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에서도 이 제품의 유해성 관련 사항을 인지한 정황도 정조준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존재한다. 우선 미국인 전 사장에 영국 본사를 공략한다는 점에서 사법공조 등을 취해도 초반부터 제약에 부딪힐 가능성이 예상된다. 특히 영국 본사 직원 소환 등이 시일을 잡아먹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검찰의 공세가 본격화될 의지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가 어린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취지의 홍보 문구 사용을 직접 지시한 신현우 전 옥시 대표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한 바 있다.
미국인 전 간부와 영국 본사를 공략하는 데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만한 카드가 없고, 이런 검찰 측 형사 공략을 통해서 민사 손해배상 청구에 반사적인 도움도 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영국에서 본사를 상대로 막바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등 여러 문제를 따져도 현재로서는 검찰의 특경가법 공략이 가장 유력하고 절실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유한회사 전환 꼼수, 영국 본사 조준 필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제3조 제1항 제1호에서 거짓·과장광고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 17조에서는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 문제의 파장에 비해 상당히 미비한 규정이라 다른 불법성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옥시가 유한회사로 조직변경을 한 것은 2011년 12월이다. 원론적으로 유한회사는 소수의 사원이 자신이 출자한 금액만큼 책임을 지는 구조를 가진다. 주식회사와는 달리 법적으로 외부 감사나 불특정 다수에게 회사 상황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책임 추궁을 할 때 한국 내 옥시 조직만을 대상으로 할 때의 불리함은 상당하다. 꼼수라는 비판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검찰이 '어린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내용을 문제삼아 사기, 그중에서도 특경가법상 사기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민형사상 융합적 정의 추구 관점이 깔려 있다는 풀이다.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신 전 대표에게 특경가법상 잣대를 댄 점으로 형량 부분이 확 뛰어오른다.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는 사기 범죄로 얻은 이득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옥시가 11년간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총 매출액이 51억여원에 달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특경가법 적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이 같은 사기 행각과 그 이후의 불가분적 후속 행위에 대해, 즉 각종 진상 은폐에 외국인 간부와 외국 본사 등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엮게 되면 증명은 어려울지언정, 의미있는 수사로 한 획을 그을 수 있다.
검찰이 국가적 중요 사안에서 수사의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는 데 그치지 않는 공익적 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민사소송에도 논리적 뒷받침 활용 비약적 상승
이처럼 특경가법상 사기, 그리고 일련의 행위와 사후 행위에 대한 영국 본사와의 관련성을 검토하는 것은 민사소송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국내 민사소송은 물론 이미 영국 본사를 대상으로 거액의 소송 진행을 추진하는 아이디어가 논의된 바 있는데, 이 인과관계 입증과 상당성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설득력있게 논리 전개를 하는가는 상당한 난제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이 특경가법을 무기로 형사소송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경우,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측에서는 이 같은 부담을 일부 경감받을 수 있다.
특경가법상 사기로 처벌된 지점 간부들의 사례가 민사 배상의 가능성 증대로 막바로 이어진 예로는 우리은행과 지원콘텐츠 간 분쟁을 꼽을 수 있다.
지원콘텐츠는 헬로키티 유통에 나섰지만 어음 문제로 부도가 나자, 특경가법상 사기를 들어 우리은행 학동지점의 당시 지점장과 부지점장을 고소했다.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들 간부들이 어음 할인을 제안했으며, 이에 따라 지원콘텐츠는 협력업체의 어음을 줬으나 자금 지원은 고사하고 어음 원본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갖고 있는 채권채무 관계의 자금 확보를 위해 기망적으로 어음을 받았다는 이런 주장의 기본틀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났고, 대법원도 은행원 측의 상고를 기각, 확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콘텐츠 측으로서는 우리은행 본사측의 지휘 감독 책임을 물어 민사소송(손배소) 진행을 할 이론적 입지를 마련하는 데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내 법인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의 특경가법 사기 적용은 외국인 전직 간부로의 책임 추궁 범위 확장-영국 본사 관계자의 연루-영국 본사 자체의 책임으로 이어지는 민형사상 양쪽 갈래의 소송 전개의 단초다.
아울러, 허위 내용을 담은 광고에 대한 규정 적용이 유한회사 꼼수 방패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심혈을 기울여 완성해 나가야 할 퍼즐로서 의미가 크다. 화려한 각종 글로벌 공조 등 상황이 남기는 했으나 사실상 더 중요한 수사의 마지막 조각 맞추기 문제는 현 단계에서 거의 끝나간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