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케미칼(006120)이 지난 27일 유가증권시장 특징주로 떠올랐습니다. 전일 대비 무려 5.68% 급등하며 8만원대 진입을 코앞에 뒀는데요. 회사가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 'NBP601'(제품명 앱스틸라)가 국내 바이오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판매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 덕분입니다.
주가는 '재료'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날 SK케미칼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세계 최대시장 진출이라는 호재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연초 이후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한 '악재'가 연이어 불거졌음에도 주가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는 겁니다. 보통 나쁜 뉴스가 더 파괴력이 큰데 이례적입니다.

SK케미칼은 지난 1990년부터 1993년까지 '공업용살균제' 자체개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연구 종료 이듬해 유공바이오텍(현재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의 가습기살균제를 시장에 선보였는데 제품 이름은 '가습기메이트'. 애경의 '가습기메이트'와 같은 제품입니다. SK케미칼은 이후 SKYBIO라는 자사 브랜드로 가습기살균제를 비롯한 산업용살균제와 수처리용품 시장에서 매년 수십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살균제 참사의 가해 제품인 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이마트 PB상품 '이플러스'의 실제 제조사가 SK케미칼이라는 사실은 이달 초부터 꾸준히 보도됐습니다. 또 살균제 원료인 PHMG 등을 직접 생산해 국내외 업체 및 중간 유통사에 대량으로 납품한 것도 계속 언급됐죠.
구체적으로 지난 24일 SK케미칼이 PHMG를 해외에 수출할 때만 흡입 위험성을 경고하고 국내 판매 때는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 한 종편을 통해 나왔습니다. 당시 가습기살균제가 일반화된 국내 시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틀 뒤에는 회사가 2005년 PHMG 성분이 든 자동차 흡음재를 특허출원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차량의 엔진 소음, 진동을 줄여주는 흡음재는 엔진 뒤에 스펀지 형태로 장착된다고 합니다. 문제의 제품이 시중에 풀렸다면 탑승자는 밀폐된 차 안에서 PHMG 성분이 함유된 흡음재와 함께 도로를 달렸을 겁니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분진이나 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이 되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무엇보다 SK케미칼이 수백의 사상자를 낸 유독물질을 이용해 또 다른 제품을 만들려 했다는 정황은 충격적입니다.
그러나 주가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이슈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연초부터 SK케미칼은 꾸준히 상승세를 탔는데요.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7만26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7일까지 7.57%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0.39%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익률이죠.
회사는 지난해 주식 1주당 보통주 300원, 우선주 3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총 73억600만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줬습니다. 덕분에 최대주주인 최창원 SK가스 부회장은 12억4000만원의 배당 수익을 올렸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3300만원 상당을 챙겼습니다.

비슷한 시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가해 업체들과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죠.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등은 SK케미칼 관련 제품으로 37명이 사망했으며 가해 업체 10개사 중 8개사가 직접 또는 중간유통사를 통해 SK케미칼이 생산한 살균제 원료를 받아 제품을 생산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SK케미칼 측은 "사망자 1명을 포함해 피해자는 3명뿐"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회사는 또 정부와 피해자 지원금을 두고 구상금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요.
환경부가 피해자 지원금으로 쓴 37억5000만원을 충당하기 위해 가해 업체 14개사에 구상금을 청구했는데 유일하게 산도깨비만 청구된 금액을 완납했고 SK케미칼 등 13개 업체는 모두 법정 공방을 선택했습니다. 환경부 재조사와 검찰 수사 등에 근거해 법적인 책임 외에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착한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상식이 됐습니다. 그러나 기업 가치가 객관적으로 매겨지는 주식시장과 지배구조로 얽힌 대기업 내부에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난달 SK케미칼의 주가 상승을 이끈 것은 기관과 외국인입니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총 18거래일 동안 12거래일에 걸쳐 SK케미칼 주식을 순매수했고 기관투자자도 주식을 판 날보다 산 날이 11거래일로 더 많았습니다.
개인투자자에 비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악재'를 무릅쓰고 베팅을 결정했다면 유추할 수 있는 답은 하나입니다. 참사와 관련한 책임과 부정적 여론이 회사 가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죠.
'나쁜기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방관자가 더 많은 상황에서 '착한기업'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기대는 없습니다. 문제의 기업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