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희귀난치성질환 '강직성 척추염'. 이는 척추에 염증이 발생하고 점차 척추 마디가 굳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류마티스 질환의 일종으로, 아직 강직성 척추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약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 성과로 초기 발견 시 완치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하며 진단 시기가 늦어졌더라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도록 치료술을 펼치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의 이상훈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만나봤다.
◆소염진통제·TNF 억제제…신약 개발 '활발'
강직성 척추염은 염증 질환이므로 약물 치료가 주다. 아직 척추를 침범하지 않고 천장관절(엉덩이뼈)에만 국한됐다면 항염제(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염증 수치를 정상화하고 척추를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항염제로 염증을 떨어뜨리는 데 실패한다면, 다음 단계로 종양괴사인자 차단제(TNF 억제제)를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 이 약제까지 사용하게 되면 전체 환자 중 90~95%는 치료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상훈 교수는 "현재 여러 신약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곧 나머지 5%에 해당되는 환자들도 치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TNF 억제제는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심포니(성분명 골리무맙) △렘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등의 종류가 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을 억제하나 각각의 효능이 다르므로 환자에 맞춰 처방한다.
이와 관련한 신약 개발은 동물 모델에서 면역물질을 찾고 이를 막는 약을 만드는데, 강직성 척추염과 형제 혹은 사촌지간 정도의 병으로 알려진 '건선' '크론병'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비교적 흔한 건선에서 먼저 신약 임상시험이 들어가고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되면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으로 확장하는 순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기전인 인터루킨-12/23 저해제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인터루킨-17 억제제 '코센틱스(세쿠키누맙)' 등도 등장했다.
◆4대 중증질환으로 혜택 多…치료비 10% 부담
강직성 척추염은 4대 중증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다른 희귀난치성에 비해 혜택이 많은 편이다.
이 교수는 "소염제 한 알 가격은 몇백원이고 검사도 사실상 간, 신장, 혈액검사, 진행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X-Ray를 1·2년에 한 번 정도 촬영하면 된다"며 "TNF 억제제를 맞게 되면 비용이 올라가는데 한 달 약값이 60~100만원이다. 환자는 이 중 10%를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차상위계층 환자 중에는 무료로 진료받는 환자도 많다는 부연이다.
하지만 이 혜택에는 커다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TNF 억제제를 맞을 때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18세 미만 소아일 경우 보험 적용이 안된다는 것. 정부는 같은 병이지만 '성인'으로 임상연구를 했으니 '소아'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모순은 동일한 약을 소아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는 보험 혜택을 적용해주고 있다. 즉, 소아에게 검증되지 않은 약이 아니다.
소아 환자들의 약값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서는 소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아쉬울 것 없는, 그것도 굳이 국내 제약사가 막대한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이를 진행할 동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 교수는 "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성인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되고 소아류마티스관절염 환자도 되는데 소아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안된다는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직성 척추염의 경우 병의 경과를 보고 판단, 3개월 이후 억제제를 처방할 수 있는데 소아류마티스염는 이 기간이 6개월이다. 결국 높은 약가가 부담되는 환자들을 위해 소아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하고 필요 없는 약을 6개월간 제공한 다음에야 억제제를 쓰고 있다.
이 교수는 "비용 마련이 어려운 소아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은 쓸모없는 면역억제제를 먹으며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약값을 깎으면 병원에서 물어내야 하는 철저한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다른 약재까지 깎일까봐 우려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자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운동선수, 비보이, 특전사, 헬스트레이너, 이종격투기 선수 등 다양합니다. 초기 척추가 굳지 않았을 때 치료하고 운동한다면 오히려 보통사람들보다 더 튼튼해질 수 있죠. 그만큼 사실상 제약이 없는 병이에요. 병명을 듣고 낙담한다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본인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어요."
이 교수는 본인도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기에 그들의 고충과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가 처음 진단받았을 당시에는 "이 병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병이고 치료약도 없으니 아프면 진통제 먹고 운동 열심히 해라" "척추가 다 굳으면 안 아프니 똑바로 굳게 자세만 바르게 해라" "굳으면 수술해 주겠다" 등의 암울한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환자에게 중요한 건 1%의 희망이지 99%의 절망이 아니다"라며 "강직성 척추염 환자 90%는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하는데, 굳을 수 있는 10% 환자들을 강조하면서 절망을 심어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희망적인 90% 환자들에 대한 얘기를 주로 소개하고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
척추 마디가 굳어지더라도 관절의 변형은 수술로 교정할 수 있고 초기 진단율이 높아짐에 따라 해당 질환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터넷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매우 빠르고 좋아져 불과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하고 있다.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그만큼 늘고 있고 타병원에서 강직성 척추염이 아니라고 판명해도 본인이 증상을 맞춰보고 다시 확진을 위해 찾아오는 케이스도 있다.
한편,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을 찾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많은 만큼 병원에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진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이 전신질환이다 보니 포도막염, 크론병 등이 연관돼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해 심도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수술파트는 국내 척추기형 수술 권위자로 꼽히는 김기택 척추센터 정형외과 교수가 20여년 전부터 담당해왔다.
◆용어설명
항염제(antiphlogistics): 국소에 작용해 염증을 제거하는 약제.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사용된다.
소염진통제([antiinflammatory analgesic drug): 염증을 완화하는 소염작용과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작용을 모두 갖는 약물의 총칭.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TNF): 결핵균 등이 유입되면 이를 없애는 역할을 하지만, 정상 세포까지 종양으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건선(psoriasis): 대표적인 만성 피부질환으로 한 번 걸리면 10~20년은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 평생 재발 우려를 안고 살아야 한다. 은백색의 비늘로 덮여 있고 경계가 뚜렷하며 크기가 다양한 붉은색 구진 또는 발진이 피부 전신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나타난다.
크론병(Crohn's disease):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하며 특히 흡연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