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현대미술 거장들은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평범한 갑남을녀들이라도 독특한 작품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대표적인 '팝아티스트'들 덕에 잘 알려진 팝아트는 대중매체의 등장과 함께 '대중이 좋아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됐다. 화장품·패션·자동차 등 다양한 업계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활발히 진행돼 왔고, 팝아트가 접목된 '특별한 상품'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기도 했다.
팝아트의 이런 발랄한 특성과 경제적 가능성에 주목한 문화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광진문화재단은 지난해 11월 출범, 역사가 길지 않지만 국내 예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자는 각오로 '팝아트 팩토리(Pop Art Factory, PAF)'를 운영키로 했다. 수십년 간 문화예술업계에 몸담아 온 김용기 광진문화재단 사장의 아이디어와 뚝심이 새로운 실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팝아트 팩토리 '배고픈 아티스트 전폭 지원'
김 사장은 문화공간 운영 전문회사 위니아트의 대표를 15년 이상 역임, 업계에서는 '공연장 활성화 개척자' '문화예술공연 분야 전문가'로 이름나 있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오늘은 국내 문화예술이 과감히 도전을 해야 만 할 때다. 골든타임을 살려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고, 그 돌파구로 택할 만한 것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팝아트라는 생각이다.
더욱이 광진구는 건대입구 등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지역과 어린이대공원 같은 가족적 분위기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품고 있어 이 같은 실험에 적합한 지역이기도 하다.
"국내 문화예술에 분기점이 왔다고 봅니다. 단적으로 15년 전만 해도 1년 내내 콘서트한다고 했을 정도로 공연 업계가 활성화 됐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침체 등으로 업계는 위축됐고, 지금은 거리를 돌아다녀 보면 공연 포스터를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창작 공연은 거의 없고, 그나마 외국에서 라이센스를 받아 공연에 올리는 게 대다수죠."
그런 점에서 그는 '창조 정신'과 '젊은 피 수혈'이라는 기초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광진구를 빛낼 문화콘텐츠 특화 사업인 '팝아트 팩토리'는 한국의 젊은 팝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재단과 젊은 작가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면 재단 측은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작품 제작비용뿐 아니라 작품 전시회에 드는 보험료, 운송비까지 전액 지원한다.
이러한 투자는 후에 작품 판매로 회수된다. 재단 소속 작가가 만든 작품이 판매되면, 그 수익금은 작가와 재단이 동등한 비율로 나눠 갖는 것. 작가들은 마음껏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좋고, 재단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단순히 작품을 판매해서 재단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파이를 키우려는 것이죠."
현재 재단 소속 작가는 10명이다. 25일에는 재단 나루아트센터 1층 갤러리에서 소속 작가 포함 총 12명의 작가가 참여한 첫 전시회를 열었다. '팝콘 시즌1'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전시에서는 작품 50여점을 선보이며, 오는 6월2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팝아트 팩토리 사업 목표는 전시회 세 번과 저변 확대다.
"당장 금년에 얼마를 벌겠다는 것은 중요치 않다고 봅니다. 문화와 예술은 시간을 두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점차 이 사업의 규모가 커졌을 때, 그 수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튼튼하게 기반을 마련해 둔다면, 앞으로 재단의 핵심 수익원이 될 것입니다."
이 같은 시도가 재정 자립도 등을 중요시하는 현재의 문화예술계 분위기에 자칫 역행하는 무모한 시도는 아닐까. 하지만 이에 대한 김 사장의 설명은 명쾌하다. 과인문화재단이 씨를 뿌리는 지역의 특성을 감안할 때 분명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토대가 충분하다는 것.
"광진구는 평균 유동인구가 10만 정도이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지역입니다. 그런데도 공연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 지역에 문화 예술의 거리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팝아트 거리를 만들었고, 지금은 여러 분들이 좋다고 하십니다."
김 사장은 팝아트 팩토리에 이어 재단 앞 거리에서 시작되는 '팝아트 거리'도 만들었다. 팝아트 거리 바닥부터 버스정류장, 벤치 옆 기둥에 이르기까지 곳곳이 작품들로 장식돼 있다. 현재 인근 사거리까지 뻗어 있지만, 추후 한강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문화예술 생명 연장? R&D가 핵심이다
오랜 경험을 가진 이답게 그는 중국 자본의 유입 등 현안에 대해서도 뚜렷한 견해를 내비쳤다. 이 역시 우리가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는 이른바 문화예술적 R&D(연구개발)에 지금 나서야 한다는 점과 맞닿는다.
"중국에서 거대 자본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국내 문화계 인사들이 전부 중국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죠. 여러 정황들로 미뤄볼 때 이대로라면 3년 내 우리 문화콘텐츠가 중국에 빼앗길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 사장을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계 인사의 R&D 정신이라고 부연한다.
"한 장르가 잘되고 있다면 왜 잘되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잘 안 되는 분야가 있다면 왜 안 되고 있는지 심도 있게 연구하는 단체나 기관이 필요합니다. 정책적으로 유사한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합니다. 국내 문화예술업계엔 섬세한 분석은 없고 '어떤 공연이 몇 명을 모았다, 얼마를 벌었다'라는 결과 통보만 존재해 안타깝습니다."
바로 그런 역할을 광진문화재단이 도맡고 나선 셈이다. 김 사장의 다양한 시도를 둘러보며 이런 과감한 시도를 맡고 나선 창조정신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김 사장은 오랫동안 문화의 생명력을 위한 연구가 선행된 뒤 계획과 방향을 세워 적절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끝인사를 대신했다. 광진문화재단의 실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