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4·13 총선 패배 이후 40여일 동안 지리멸렬한 모습만을 연출하던 새누리당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습니다.
24일 아침 19대 국회 내내 알력이 끊일 날이 없었던 친박(親朴·친박근혜)과 비박(非朴·비박근혜)계파의 수장들이 '담판 회동'을 한 것이죠. 새누리당 정상화의 첫발을 내딘 이날 '3자(김무성-최경환-정진석) 회동'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이 성사되기까지는 최 의원의 물밑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는 2006년부터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활동하며 현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기도 했죠.
앞서 총선 참패 후에는 40일 가까이 "개인 일정으로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말만 남기며 '침묵 모드'에 들어갔는데요. 최 의원이 지난 19일 귀국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가까운 친박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당부였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최 의원이 미리 움직인 만큼 청와대와의 교감도 사전에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중 모드'이던 김 전 대표도 이날 테이블 앞에 섰습니다. 이날 회동에선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부터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 분리제도 도입 등 당헌·당규 조항들까지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합니다.
정 원내대표는 "정권 재창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존의 제도라고 해서 무조건 유지하려는 것은 '사치스러운 행동'이라는 점에 김 전 대표나 최 의원이 모두 동의했다"고 전하기도 했죠.
아울러 세 사람이 '계파해체 선언'도 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니 갑작스런 '화해 모드'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大義) 앞에 집권여당은 집안싸움을 멈추고 조용해질 날만 기다리면 될까요?
회동을 주도한 정 원내대표는 계파 갈등의 불씨를 잠재우고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를 스스로 연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을 맞은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친박과 비박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요.
먼저 비상대책위와 혁신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으로 야기된 이번 충돌인 탓에 당장 혁신비대위원장 영입이 첫 과제라는 진단이 앞섭니다. 총선 때부터 인물난을 겪은 터라 영입이 쉽지 않은 데다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의 의견이 맞을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한 혁신비대위 구성과 추인, 지도체제 개편을 위한 당헌 개정 등이 이번 3자 회동만으로 정해진 것이냐는 문제가 떠오릅니다. 벌써부터 당 내부에선 이번 회동에서 나온 '합의'의 효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김 전 대표와 최 의원 모두 곧 치러질 전당대회, 그리고 내년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 앞에서 자신의 정치 일정과 비중을 계산한 데서 이번 회동이 성사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죠. 더욱이 3자 회동의 합의안이 진행되려면 당선인 총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데 또다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의구심의 근저엔 지난 총선 참패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자기 반성'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한 발 물러서 살펴보면, 이미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여소야대와 대통령 임기 말이 맞물려 국정 장악력이 갈수록 떨어질 게 뻔한데도 친박계와 비박계는 당 조직 정비 과정부터 삐거덕거리는 거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렇다 할 대선주자가 없는 처지인데도 말이죠. 영입이나 연합 형태가 아니면 대선을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판론도 나오는데요. 이는 '분당설'을 중심에 두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설'이나 '국민의당과 합당설'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엊그제까지 계파를 고집하며 쌍심지를 켜고 훼방을 놓고 다니던 친박계와 비박계가 불어 닥친 강풍에 뒤집히려는 새누리호(號)에서도 함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