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5월은 특별한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 바다의 날까지….
달력에 자잘한 글씨가 가득 찬 5월이다. 특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부부의 날 등으로 인해 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기념일에 두 가지가 더해진다. 결혼기념일과 아들의 생일.
그래서 매년 5월이 되면 내 입장에서는 가정의 달이라기보다는 씀씀이가 헤퍼지는 달이라는 생각이 더 와닿는다.
올 봄에는 유난히 비가 잦다. 흙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잦은 비가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조경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축복이라 말하고, 농사나 과수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골칫거리라 말하기도 한다.
나처럼 막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비는 치명적이다. 진행하던 공사는 모조리 중단이 되고 일거리는 한겨울 불경기 못지않게 극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력시장에 나오는 일꾼들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돈 쓸 일은 많은데, 일거리가 없다. 가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갑갑한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과 세상에 대한 원망이 잔뜩 부풀어 오르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업에 크게 실패하고 세상의 뒤편으로 보내졌을 때, 5미터 담장 안에서 5월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때의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결혼기념일, 아들의 생일은 잔인함 그 자체였다.
간절히 바랐던 것은 부모님과 아들, 그리고 아내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었다. 그저 곁에서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남들처럼 함께 밥을 먹고, 공원을 산책하며 서로 눈을 마주하고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만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란 사실을 평생토록 잊지 않고 살겠노라고 수도 없이 다짐했었다.
출간을 하고, 강연을 다니면서 이제 겨우 먹고 살 만해지니까 또다시 돈에 대한 갈망과 욕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따뜻한 밥을 먹고,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곁에서 힘내라고 다독거려주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이 벅찬 행복을 내 스스로 멀리 하려 한다.
가정의 달의 진정한 의미는 가족에 있다. 가족이란 피로 이어진 공통의 존재다. 부모,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등 세상 누구보다 나에게 큰 힘과 용기를 주는 든든한 울타리다.
바쁜 일상과 공허한 마음 때문에 그 고마움을 제대로 느끼고 깨우치지 못해 1년에 한 번이라도 정신차리고 가족을 생각하라는 뜻에서 만들어 놓은 5월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가정의 달과 돈쓰는 달을 분간하지 못하고, 근사한 선물만 쥐어주면 내 역할을 끝이라는 메마른 생각으로 월말을 맞이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집 앞에 있는 정육점에서 삼겹살 한 근을 사기로 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과 쌈을 좋아하는 부모님 그리고 아내와 함께 따뜻한 식사를 하고 싶다.
돈이 없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졸부가 돼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 삶의 행복에는 경제적인 풍요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은대 작가(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고다 내 인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