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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36년 흘렀어도…사이렌 소리 여전한 광주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5.18 12: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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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16일 지하철에서 '긴급 메시지'라는 글자와 함께 외계어가 적힌 전광판을 보게 됐습니다.

전광판 속 시간으로 추측하건대, 민방위 훈련과 관련한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16일 2시부터 민방위 훈련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날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답니다. 평화로이 내리쬐는 햇살을 맡으며 관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니 전쟁이라도 발발한 줄 알았다는 거죠. 이처럼 큰 사이렌 소리는 누구에게나 공포심을 심어줍니다. 

36년 전 5월의 광주에도 이러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펴졌습니다. 신군부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전남대학교 학생부터 '계엄 해제'를 외치며 시내를 휩쓴 광주 시민들에게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는 아직도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큰 트라우마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터가 된 어두컴컴한 광주에서 들리는 총소리, 사이렌 소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을지, 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운 사이렌 소리를 기억하는 현재 광주에서는 사이렌 소리만큼, 아니 어쩌면 희생자 마음을 더욱 후벼 파는 잡음이 들리고 있는데요. 바로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둘러싼 논쟁의 목소리입니다.

이 곡은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지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기념식에서 제창됐는데요. 2009년부터 정치색이 덧씌워지면서 제창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만 합창단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방식인 합창으로 바뀌게 됩니다.

노랫말을 만든 황석영 작가가 방북했을 당시 북한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배경 음악에 이 곡을 사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노래 속 '임'은 '김정일', '새날'은 '북한 주도로 이뤄진 통일'이라는 주장이 야기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곡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 윤상원씨와 노동 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로, 황석영 작가는 평생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헌신한 백기완씨가 1980년에 쓴 옥중시 '묏비나리'를 일부 차용했습니다. 결국 가사의 원작자는 백기완씨인 셈이죠. 

그럼에도 이 곡에 대한 견해는 7년째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오늘 추모식에는 참석자 대부분이 기립해 노래를 따라 불렀다고 하니, 심도 높은 재고를 통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합창곡'을 당당히 제창할 날이 머지않아 오길 기대해봅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라는 가사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