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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SKT 소비자 "제가 블랙컨슈머입니까?"

'배부른 1위 사업자' 소규모 고객은 '뒷전'①

하영인·황이화 기자 기자  2016.05.13 15: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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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경기도 안성시 가사동에 거주하는 김미숙씨(가명·40대)는 자녀 명의로 SKT결합상품을 이용하다 지난 3월31일, SK브로드밴드평택·화성센터에서 '한국전력 전신주 철거로 SKB망이 철거됨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이후 불과 6일 만에 유선통신이 끊겼다.

판매·대리점에 끊임없는 '갑질'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SK텔레콤(이하 SKT)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인 횡포를 한 것으로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당시 가사동 지역은 이미 예전부터 서비스 공급중단 의혹이 제기됐지만, SKT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지속적으로 고객을 유치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씨는 "SKT가 정부를 들먹이며 책임을 회피하고 계속 태도를 바꾸면서 고객을 우롱하고 있다"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블랙컨슈머 취급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일방적 통보 후 끊긴 통신선…'신뢰'는 어디에

SK브로드밴드(이하 SKB)는 애초 한전 전신주 철거를 원인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해당 부근에 철거한 전신주도 없고, 철거 시 폴대라도 세워야 한다"며 "임의 철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SKT 측은 SKB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며 새롭게 '정부' 카드를 내밀었다.

그동안 가사동까지 중리동 계동교차로 부근에 있는 ONU(optical network unit)장비로부터 동축케이블로 유선통신을 공급해왔는데, 지난 3월 말 백성교 공사로 케이블이 끊어졌다는 것.

안성시에서 백성교를 리모델링하는 도중 갑작스레 해당 통신주가 끊어지면서 사측도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백성교 리모델링을 지시·감독한 주무관 역시 "공사 도중 시 시설물에 통신사 3곳 통신선이 닿아 접촉만 안되게끔 공사를 요청한 바 있다"며 "업체 중 선을 끊거나 한 곳은 없고 단지 도랑 아래로 선을 옮겼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기간은 대략 이틀 정도였고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백성교와 가사동은 거의 수직방향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봐도 전혀 상관없는 통신선 노선"이라고 언급했다.

시 주무관이 직접 SKT 측 시공 실무자에 확인하자 "가사동에 유선통신이 끊긴 것은 맞지만, 시청 때문에 끊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SKT 측 주장대로라면 다리 공사가 완공됨과 동시에 유선통신이 당장 끊겼어야 마땅하지만, 이와 달리 수일이 지난 시점에서 중단됐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통신사들은 서비스 중단 관련 공지를 일정기간 이전에 진행하는데 SKT 측은 이 통보기간을 어긴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SKB 이용약관 역시, 시스템 개선공사·장비증설 등 회사 사정에 의해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경우 사유를 고객에게 7일 전까지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SKT 관계자는 "회사 사정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에 대해서는 약정이 끝나지 않더라도 고객으로부터 위약금을 받지 않는다"며 "고객 피해 여부에 따라 회사는 소정의 피해보상을 한다"고 방침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 SKB 측은 "정부의 갑작스런 철거 요구로 우리도 어쩔 수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예견된 피해' 짜인 각본 속 놀아난 고객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지역이 이용자 수가 적어 통신망 철거가 예정됐지만, 가입자 유치 차원에서 사실을 은폐했다는 말들이 오가는 상황이다. 실제 이는 타 통신사에서도 알고 있던 공공연한 사실처럼 보인다.

안성시 한 통신사 시설 관계자는 "이미 그 지역은 SKB통신망 철거가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SKT와 유선통신을 계약한 지난해 5월 전부터 철거가 예정됐다는 것이다.

가사동에 사는 A씨도 "B통신사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지난해 계약 만료 후 SKB로 옮기려 했더니 B통신사 관계자 말이 'SKB는 곧 이 지역 인터넷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래서 바꾸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사동 SK고객 역시 "해당 지역에 고객이 두 집 뿐이라 철거한다고 들었다"며 "위약금도, 보상도 없었다"면서 SKT의 사실 은폐 의혹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김씨는 가입 당시 철거에 대한 어떠한 SKT 측의 설명도 듣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가입 10개월 만에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받은 셈이 됐다.

김씨는 "SKT에 이용자 수가 적어 철수하냐고 했더니 거듭 부정했다"며 "그러면서도 가사동 SKB 사용 고객이 6가구에 불과해 해지하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위약금 물라더니…100만원 넘는 보상안 제시

더욱이 SKT는 고객의 사유가 아닌 사측 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상황에서도 김씨에게 오히려 약정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씨가 항의하자 SKT 측은 말을 바꿔 'TV 한 달 요금(약 2만원) 감면'이라는 보상안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김씨는 "유선서비스 피해 외에도 인터넷 할인과 통신비 절감 차원에서 지난 2월 휴대폰 2대를 SKT에 신규 개통하며 무선서비스 피해가 더해졌기 때문에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었고, SKT 측은 뒤늦게 '현금보상 100만원·휴대폰 해지 위약금 18만5000원'이라는 또 다른 보상안을 제시했다.

현금보상 내역과 관련 SKT 고객보호원 팀장 A씨는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 방침에 따라 정보 제공이 어렵고, 처리 과정에 대한 문의라 말해줄 수 없다"며 "김씨에게는 보상 기준을 따로 담당자에게 확인한 후 여러번 대화를 통해 명확하게 알려줬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현금보상금이 어떻게 산정한 금액인지 모르겠다"며 "보상을 요구한 적도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며 "하나로텔레콤(현 SKB) 때부터 13년간 이용한 고객을 이제는 블랙컨슈머로 몰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SKT가 제시한 보상은 그 의미가 이미 퇴색된 데다 잘못한 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원한 것이지, 과한 보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김씨는 "속 시원하게 사실을 밝히고 손배금액을 따지면 될 것을 SKT는 (다른 업체 또는 기관에 의한) 불가항력이었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무슨 거지도 아니고… 단지 피해 없이 다른 통신사로 옮겨 묶음 할인받을 수 있으면 된다. 산정금액이 50원이라면 50원만 받으면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결국 SKT는 선로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가입자를 유치하고 고객을 이용한 다음 그 피해를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긴 것"이라며 "시장 선도기업이자 대기업으로서 일말의 책임있는 태도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