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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상담사에 채워진 족쇄 '입사 전 교육서약서'

김상준 부국장 기자  2016.05.13 10: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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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콜센터에서 잊을 만 하면 툭툭 터져 나오는 상담사들의 입사 전 교육비에 관한 논쟁으로 업계가 시끄럽다.

티몬 고객센터에 지원한 상담사가 채용과정에서 약속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육비 3만원마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티몬과 아웃소싱업체는 채용확정이 아니고 채용예정자 교육이므로 근로자가 아니어서 하루 최저임금 4만8240원이 아닌 교육비 3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상담사는 "채용공고상에 면접일정과 교육일정만 명시돼 있고 채용예정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 없어 당연히 교육과 동시에 채용된 걸로 알았다"며 "교육을 이수하지 못하면 채용되지 않는다고 명시가 됐다고 하면 지원을 고려해 봤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분쟁은 상담사의 입사시기를 언제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 쟁점이다. 상담사들은 면접에 합격하고 교육을 시작한 날로 보고 있고 업체는 교육이 끝나고 첫 출근한 날로, 서로의 견해가 다르다.

상담사 입사 전 교육은 고객 상담사로 채용하기 위한 필수 코스다. 때문에 입사시기에 관계없이 입사 전 교육을 진행할 경우 하루 3만원의 '교육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례상 교육기간은 근로자로 보지 않고 교육이수 후 합격자에 한에 근로계약을 체결, 교육기간 중에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콜센터 관계자는 "상담사들이 교육을 시작하기 전 교육이수자에 한해 채용한다는 공지를 하기 때문에 교육생 신분이라는 것은 모두 인지하고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이수자에게 하루 최저임금도 못된 3만원만을 지급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는 일부기업들이 '입사 전 교육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이수 전 퇴사한 직원에 대해서는 돈을 한 푼도 주지 않은 곳도 있다는 것이다.

지원자에게 군사정권 때나 썼을 법한 입사 전 교육서약서를 쓰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하는 곳만 돌아다니면서 교육비를 받고 실제로는 취업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이를 막기 위한 조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이라며 일부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서약서'를 쓰게 하고 쓰지 않은 인원에 대해서는 교육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더 큰 분쟁을 조장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직영센터나 아웃소싱 기업들마다 교육비 지급에 대한 기준은 다르다. 일부 기업은 15일간 교육에 대해 만근을 하고 하루라도 근무를 하게 되면 15일치 교육비 45만원을 지급하고, 하루도 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이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입사 전 교육서약서'에 만근하지 않으면 교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선 교육기간 중 퇴사한 직원이나 교육이수 후 근무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교육 일수를 기준으로 1만원의 교통비와 식대를 제공하면서 노무상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하고 있다.

입사 전 교육서약서를 쓰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힘들게 뽑은 인원이 교육과정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또다시 인원을 뽑아야 함은 물론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이직률관리, SLA와 같은 각종 지표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서약서'라는 극약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고객사인 티몬이 교육생 채용 전이든 후든 상관없이 최저임금에 준해 교육비를 지급했다고 하면 근로기준법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도급비가 계속해서 낮아지는 상황에서 아웃소싱기업은 교육비 3만원을 받아와 차액인 1만8240원을 더 주기란 쉽지 않다.

티몬 등 사용업체가 이것 밖에 못준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만약 근로기준법 위반이 발생하면 아웃소싱업체가 고스란히 문제를 떠안게 된다. 아웃소싱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건비 등 경비절감도 있지만, 이러한 인사상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함도 있다.

지식서비스산업,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상담사들이 국가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가지고 이슈가 되는 마당에 누가 비전을 가지고 지원하겠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유입되는 인원이 많아야 하는데 작금의 콜센터는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 따지고 보면 수요가 많아 일자리가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하지 못해 수요는 많지 않는데 이직률이 높아 수요가 많아 보이는 '신기루' 현상이다.

아웃소싱업체들은 우수하고 열정적인 상담사를 뽑기 위해 고객사에 정당하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며 고객사는 상담사들이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생각한다면 정규직과 똑 같은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