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시립박물관(관장 박방룡) 문화재조사팀은 지난 3월29일부터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배산성지(시기념물 제4호)의 유적 정비·복원 계획 기초조사인 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산동 산38-1번지에 있는 배산성지는 1970년대 지표조사에서 정상부의 9부 능선을 이중으로 에워 싼 전형적인 토축산성으로 알려졌다. 배산성지는 지형적으로 경사가 급한 사면에 성벽이 위치하고 있다.
산책로 및 소규모 체육시설 등이 조성되면서 크게 훼손돼 성벽의 존재여부 파악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배산성지에 대한 어떠한 문헌기록도 남아있지 않아 고고학적 조사 외에는 배산성지의 실체를 파악할 단서가 없었다.
2009년 시립박물관의 정밀측량 지표조사를 통해 성곽범위와 규모 및 잔존상태를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 삼아 향후 정밀 발굴조사의 기초자료를 확보할 목적으로 현재 탐색갱(트렌치)을 설치, 시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배산성지 조사결과, 배산성지는 기존에 알려진 토성이 아닌 내·외벽과 외벽에 성벽 기초를 보강하는 시설인 기단보축을 갖춘 전형적인 고대 석축산성임을 밝혀냈다. 기단보축은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것으로 7세기 전.중반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기장산성에서는 기단보축이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현재까지 확인된 석성의 규모는 내-외벽 간 성벽의 너비가 최대 5.7m고, 기단보축을 포함한 전체 성벽의 너비는 최대 8m에 이른다. 성 전체 둘레가 약 1.2㎞에 이르고 성벽 높이는 최소 5m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축조 당시 상당한 노동력과 기술력이 동원된 것으로 판단된다.
배산성지의 정상부 평탄면에 기둥자리에 돌(초석)을 놓아 세운 기와건물지가 새롭게 확인됐다. 초석 간 거리가 3m 이상으로 확인돼 대형 건물지로 추정, 입지면에서 조망권이 탁월한 산성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당시 배산성의 경영과 관련된 관청 건물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기존 추정 집수지로 알려진 우물터에서 남쪽으로 약 20m 떨어진 곳에서 직경 약 12m 내외의 호안석축(護岸石築 : 물을 가두기 위해 돌로 둘러쌓은 시설) 1기가 새롭게 확인됐다.
입지 상 성곽 북쪽의 경사면에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넓은 평탄대지에 조성돼 성벽 안쪽으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통제하고 성 내의 용수를 사용하기 위한 집수지로 추정된다. 호안석축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7세기 전반에 축조된 기장산성의 호안석축과 유사해 비슷한 시기에 축조됐을 가능성도 있다.
조사 결과를 따르면 배산성지는 산봉우리를 둘러싼 테뫼식의 석축산성으로 바다와 내륙까지 이어지는 수영강과 온천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권을 가진다. 따라서 당시 배산성지는 동남해안에서 내륙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으로 침입에 대한 해안 경비와 방어를 수행하는 군사적 요충지였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유사한 규모와 구조인 부산 인근의 고대 산성인 김해 분산성(사적 제66호), 거제 둔덕기성(사적 제509호), 거창 거열산성(사적지정 예정), 남해 대국산성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또한 새롭게 발견된 대형의 기와건물지와 원형 집수지는 배산성 내의 정치적·군사적 주둔지 및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주요 시설로 보인다.
따라서, 배산성지는 당시 이 지역을 관장하던 치소성(治所城)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정식발굴조사가 이뤄진다면 고대 배산성 내의 공간구조 및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시립박물관은 12일 오전 11시 배산성지 시굴조사 현장에서 이번 조사내용 및 유적의 성격 검토, 향후 정비·복원에 관한 학술자문회의를 개최한다. 여기 더해 12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배산성지의 조사 성과를 널리 알리고, 문화 유적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현장공개 설명회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