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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공정위 자존심 걸린 120일 논란

기한연장활용 사실상 필수적…여론고려 시 나비효과로 공정성 급격추락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5.10 13: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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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진행 중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심사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언제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시선이 모이고 있는데요. 

일각에서 4월 초 처리를 예상했던 게 무색한 상황입니다. 과거 경쟁제한성이 크게 우려됐던 지난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건도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데 145일이 걸렸다는 것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공정위 단계에서 무한정 안갯속을 헤매는 상황에 대한 비판론인 셈이죠.

하지만 양사의 합병이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어서 관계당국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법으로 정한 심사 기한은 영업일 기준 120일이나 공정위는 여기에 자료보정을 위해 허용되는 추가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더욱이 이왕 현재까지 신중한 심사 처리 상황으로 굳어진 만큼 이제는 더더욱 공정위가 소신있는 일처리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흥미로운 해석도 따릅니다.

설사 SK텔레콤에 대한 동정여론 등 여론몰이가 일어난다 한들, 좌고우면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풀이인데요. 예를 들어 CJ헬로비전의 경우 벌써 반년여간 사실상 기업 활동이 동면에 들어간 상태라 주주들의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SK나 CJ측 주변을 감안 내지 배려해 '정무적 판단'을 하기에는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인데요. 국내 케이블TV업체인 딜라이브(옛 씨앤앰)의 인수금융 만기 연장에서 갑자기 공정위가 사실상 키를 쥐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딜라이브 인수 추진 당시 이를 위해 대출을 일으킨 것의 뒷감당과 관련한 문제가 일고 있는데, 대출금 중 일부를 출자전환한 후 나머지 대출금은 금리를 깎은 뒤 만기를 3년 연장하는 시나리오가 추진돼 왔습니다.

하지만 인수금융 만기 연장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자전환 방안이 거론되기 어렵다는 일부 대주단 구성원 의견이 대두됐고, 결국 이자 부담이 목전에 닥친 상황이 됐습니다.

여기서 딜라이브 처리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 허용 여부가 맞물린 상황이 시선을 끕니다. 두 회사 간 합병이 급물살을 타면, 딜라이브 인수 필요성을 느끼게 될 KT나 LG유플러스 움직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죠.

결국 딜라이브 매각 향방도 이번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 간 문제 향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문제는 국민연금 등 일부 딜라이브 대주단 구성원이 인수금융 만기 연장 및 채무조정안에 이견을 낸 것으로 회자되는 와중에 이처럼 복잡미묘하면서도 가장 극적인 타이밍에 갑자기 공정위가 태세 전환을 하는 게 온당하냐는 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문제에서 신중론을 접고 정무적 판단에 기우는 경우, 크게 보면 딜라이브 처리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국민연금 등 시장에 신호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빌미가 생기는 것이죠.

아무리 이종산업 간 결합과 융합에 박근혜 정부가 긍정적이라고 평가되지만, 공정위로서는 심사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지나치게 추종하지 않을 나름의 입장이 있습니다.

이는 경제검찰의 자존심 문제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러니,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도 모자란다는 쪽으로만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것이죠. 

물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문제를 좋게 판단하고, 경쟁사 역시 딜라이브 인수 등 방법을 강구해 대항하는 쪽으로 융합에 적극적인 판단을 하는 게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기획하는 측면에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라도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함께 고려하면서 하는 게 더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감안하면, 여론 반영도 이 단계에서 이뤄져야 하겠죠.

따라서 120일을 넘겼다는 여론에 공정위가 좌고우면할 당위성도 적고, 그럴 여지도 크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공정위의 신중한 행보가 낳는 부산물이나 파장보다 이런 점을 더 감안해 관전할 필요가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