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상변압기(개폐기)의 모습입니다. '특고압 전력케이블 매설'이라는 경고문구가 선명합니다. 이곳은 서울 창덕궁 맞은편 건널목인데요. 종로 방향에서 창덕궁으로 가려면 무조건 건너야 하는 유일한 횡단보도입니다.
창덕궁 인근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꼽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외국어로 된 경고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혹시 모를 감전 사고에 대한 걱정과 함께 상당수 보행자는 길을 막은 변압기 박스를 피해 거리낌 없이 차도로 길을 건너 수시로 아찔할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변압기에는 500kva(킬로볼트암페어)라고 적혀있습니다. 가정용 형광등 1개가 40와트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형광등 1만2500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고압 전력이 내부에 흐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인근을 오가는 관광객들은 전혀 거리낌 없이 변압기 박스에 몸을 기대거나 심지어 무거운 캐리어를 쌓아두기도 했습니다.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울타리도 없을뿐 아니라 경고문은 한글로만 적힌 탓에 외국인들은 이를 적재함 정도로 여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의 지상변압기는 1980년대 초 미관상의 이유로 지상에 설치된 전선은 땅 속에 넣고 전주에 설치됐던 변압기와 각종 개폐장치를 따로 떼어내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설치 주체는 한국전력공사이며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설치 장소를 협의해야 하는데요. 한전은 지상변압기를 설치하는 대신 지자체에 점용료를 지불합니다.
하지만 통행권과 경관 등의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탓에 지자체에서는 달갑잖은 시설이기도 합니다. 반면 한전 측은 지상변압기 이전 민원에 대해 지자체 허가를 이유로 종종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다음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관련 시설 이전 요구에 대한 한전 측 답변입니다. 지상변압기의 이전을 원하는 사람이 직접 대체 부지와 비용을 대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한전 서울본부 ○○○입니다. 문의하신 전기박스는 지상변압기와 지상개폐기로 인근에 전력공급을 위해 필수 불가피한 공공설비입니다. 다른 곳으로 이설할 경우 많은 비용과 추가 공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설에 필요한 비용은 이설 요청자가 부담을 하여야 합니다."
30년 넘게 관련 민원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사고'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공기업 한전에게 안전을 위한 '골든타임'은 언제인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