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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과 실천, 따로따로 윤리경영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 기자  2016.05.04 09: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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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번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실체 파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청문회 개최까지 거론되고 있다. 엊그제 대통령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억울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월18일 관련업체로는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롯데마트의 표현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보다 적극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크다. 그동안 관련 기업들이 사실은폐와 조작의혹, 책임회피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적극적이지 못한 대응책으로 피해자,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제조물 피해사건으로 일파만파 커졌는데 5년이 지나도록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의 지적이다. 

이제라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으니 그동안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은폐·조작 의혹과 책임, 소비자 피해, 보건 보건당국의 과실 등에 규명과 후속 대책들을 엄정히 지켜볼 일이다.

윤리경영의 모범, 특히 소비자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사례로 거론되는 1982년 타이레놀 사건을 되새겨 보자. 미국 존슨앤존슨의 CEO인 제임스 버크에게는 소위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s)이 다가왔다. 

시카고에서 존슨앤존슨이 생산한 타이레놀 병에 누군가 청산가리를 투입한 범죄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한 것이다. 사건 발생 즉시 존슨앤존슨은 투명성이 최선이라는 판단 아래 제조과정을 비롯한 회사의 경영 프로세스를 언론에 적극 공개했다. 

동시에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모든 제품을 수거해 폐기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존슨앤존슨은 윤리적 기초인 우리의 신조(Our Credo)를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의 기초로 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트레이드 마크(Trade Mark)가 아니라 트러스트 마크(Trust Mark)인 것이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돼 있는 제조물에 대한 안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고객과의 약속인 것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제품의 △기획 △설계 △시험 △제조 △검사 △유통 등에 있어 위험뿐만 아니라 위험 발생 가능성까지 철저히 검토해야만 한다. 

안전강화를 위해 관련 원가나 비용이 상승할 수 있으나 제품결함으로 인한 회수비용이나 차후에 소송제기 등 법적 문제나 보상 등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와 비교한다면 결코 큰 비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조관련 법규, 공정관리 매뉴얼, 소비자 보호나 위생관련 법규의 준수는 물론 전과정에서 도덕적 가치가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윤리적 경영은 상시적인 위기관리 전략이다. 돌발적인 위기뿐 아니라 일상적 업무활동에서 발생하는 불상사를 관리 예방하는 전략경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전사적으로 실천을 위한 인식, 교육과 훈련이 꾸준히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실천되지 못하는 윤리경영은 윤리 헌장이나 경영이념을 벽걸이 장식물로 격하시킬 뿐이다. 게다가 각종의 윤리실천 대회, 실천경연과 세미나를 소비자들의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만다. 존슨앤존슨과 같은 선진 우량기업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고 해도 실천이 없으면 텅 빈 수레와 다름이 없다.  

윤리경영은 △윤리헌장 △행동지침 △경비지침 △생산관리 메뉴얼 등과 같이 제도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업무관행과 습관, 기업문화를 함께 실천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유념해야 할 점은 전사적인 실천, 윤리경영의 시작과 끝은 최고경영자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최고경영자는 곧 최고 윤리경영자다. 조직 구성원은 CEO의 도덕성과 절조있는 리더십을 존경하며, CEO는 말과 행동을 통해 신뢰감을 주고 합의와 협력, 실천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