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선 기자 기자 2016.05.02 12:33:33
[프라임경제] "협동조합 원칙 중 하나는 '자립'이다. 자주성을 가지고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임정빈 신협중앙회(이하 신협) 이사 겸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는 '원칙'을 강조했다.
신협은 한국전쟁 후 폐허 속에 탄생한 협동조합이다. 구호물자를 나눠주던 당시, 사람들은 구호물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나 물자지급이 반복될수록 더 좋은 것, 큰 것을 요구했다.
누구에게 기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떠올랐다.
처음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을 받아야 가능했다. 그 결과 배려와 희생, 나눔의 정신으로 무장한 초기 조합원들이 신협의 구성원이 됐다.
특히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을 일굼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에 한발 더 다가간다는 의미도 더해졌다.
"단순히 신협이 금융기관에 머물렀다면, 신협 조합원으로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임정빈 이사를 만나 협동조합의 진정한 의미를 들어봤다.
◆전쟁 폐허 속 '사회운동' 하나로 시작
신용협동조합운동은 1949년 독일에서 고리채 추방과 농민의 자립을 위한 저축운동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60년 부산 성가신용협동조합, 서울 가톨릭 중앙신용협동조합이 발족하면서부터다.
이에 1964년 사단법인 신용협동조합연합회가 창립됐으며, 1972년 신용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1973년 특수법인으로 재설립됐다. 1989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꾸고 시·도지부를 시·도연합회로 개편해 재창립했다.
주요 업무는 신용협동조합법에 의해 보호받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업무, 조합원의 저축·대출·공제업무를 수행하며, 1999년부터는 예탁금과 적금에 대한 비조합원 거래를 허용했다. 또한 조합원의 생활향상과 지역사회의 복지를 위해 각종 교육 및 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임 이사는 "처음 금융기관이 아닌 사회운동이라고 소개받았다. 진정한 협동조합의 의미를 교육받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철저한 협동정신을 실천하며 성장한 신협은 현재 2015년 기준 총자산 65조8000억원, 전국 910개 조합, 조합원수 575만명으로 국내 대표 협동조합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민주주의 성장 이끌 매개체 역할 수행
임 이사는 조합원 교육을 받고 난 후 마음에 와 닿는 울림이 있었다고 전했다. 먼저 스스로를 희생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하늘은 결코 이를 잊지 않는다는 것. 또 굳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조합원으로 활동하면 바로 그것이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임 이사는 "내가 만원을 조합에 내면, 만원에 그친다. 하지만 조합원이 100명이라고 한다면 금액은 100만에 달한다. 이 돈을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정당한 이자를 내고 필요한 곳에 썼다면 개인의 경제적 발돋움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나 자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랑의 실천방법 외에도 신협은 민주주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매개체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당시 국내 상황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였다.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돈이 필요해 조합원의 권리로 정당하게 대출을 받아썼다면 그 누구에게도 주종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협이라는 중간매개체가 생김으로써 주종관계가 사라지고 인권이 침해받지 않게 됐다. 이 시대에 경제적 자립을 돕고, 그 경제적 자립이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
◆사회적경제기업에 회계프로그램 무료 공급
한편, 신협은 단순 여신금융기관이 아닌, 나눔과 배려를 실천함으로써 신생 협동조합의 성장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임 이사는 "신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 협동조합을 돕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먼저 협동조합에 필요한 회계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각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들에 무료로 회계프로그램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신협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고자 연간 1억원의 비용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서울·경기지역 사회적경제기업에 매달 800만원 상당의 회계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으며 추후 전국단위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협동가치를 기치로 출발하는 협동조합을 찾아서 힘을 불어넣어 주고자 한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임 이사는 "협동조합이 기업을 상대로 경쟁에서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서로 도우려는 마음 필요하다. 이에 단 한 명의 진정한 협동조합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조합이 있다면 지원하고, 격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