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에서 러시아 극작가 체홉의 작품을 연극무대에서 만나는 것은 아직도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그의 완성작이 아닌 '미완성 희곡'을 다듬어 무대에 올리는 시도가 이뤄진다. 극단 '체'가 선보이는 연극 '플라토노프'다.
이 작품의 원작은 1920년 발견된 체홉의 미완성 희곡이다. 러시아 문학 연구자들은 이를 1878년 체홉이 편지에 언급된 바 있는 작품(당시 편지상 언급 제목은 아비 없는 자식)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이를 극화해 무대에 세우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우선 미완성이라 보완이 필요했다는 점, 그리고 체홉을 아직 낯설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 숙제였다.
하지만 미완성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고, 우리 문화 정서에 맞춰 선보이는 '상상력의 작업'이 체에 의해 이뤄졌다. 이 작품은 체홉이 장기로 삼았던 사실주의적 작품이 아니라 낭만주의적 희곡이라는 점에서도 기획자의 상상력과 의욕을 불러일으켰다.이에 따라 완성, 각색된 작품으로 우리 무대에 서게 된 것.
'플라토노프'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엇갈리는 인간들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연출을 맡은 강태식씨는 이번으로 세번째 체홉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체홉 전문가'다. 러시아에서 10년 넘는 유학을 통해 체홉 등 러시아 희곡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배우를 캐스팅함에 있어서부터 엄격하게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배역을 꼼꼼히 살피고 분석해 그 배역에 맞는 배우를 찾아내 자리를 맡기는 것으로 명성의 기반을 쌓았다.
강 연출가는 배우 권민중을 이번 작품에 불러들였다. 권민중으로서는 2012년 연극 '더 글라스' 이후 4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영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고향처럼 여겨지는 연극판에 돌아올 기회를 모색하다 이번에 독특한 매력의 체홉 원작 작품을 접하게 된 것.
그녀는 이번에 치명적 매력의 미망인을 연기하게 된다. 극 중에서 그녀는 미망인 안나 역으로 플라토노프의 주변을 맴돈다. 안나는 자신이 연 파티에서 교사인 플라토노프를 처음 만난 후,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플라토노프에게 점차 빠져들게 된다.
아울러 플라토노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안나와 싸샤, 쏘피야 등 극중 세 여인의 미묘한 신경전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안나 역의 권민중 이외에도, 연극배우 김은석, 서지유, 김희라 등 화려한 여성 출연진이 눈길을 끈다. 또 중견배우 김응수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극단 체의 '플라토노프'는 오는 5월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