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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과주의 맞물린 낙하산 인사 '공정 무색'

"죽어라 반대해도…" 연례행사 돼버려

김병호 기자 기자  2016.04.27 16: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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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죽어라 반대해도 결과는 같을 뿐…"

모 은행 직원의 한탄 아닌 한숨소리가 이제는 만연화돼버린 국내 국책은행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낙하산' 꼬리표를 단 인사가 변화하지 않는 우리사회에 일상적인 풍토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특히 한국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국책은행이라는 명패 아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제 소위 '임원 길들이기'식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이러한 풍토는 해당 은행 직원들에게는 익숙한 문화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 노조는 신임 금융통화위원의 첫 출근일에 맞춰 성명서를 작성하고, 낙하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조동철, 이일형, 고승범, 신인석 등 4명의 위원은 오늘부터 4년간 임기를 시작했다.

신임 위원들은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전국은행연합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국책기관 출신 인사가 많아 통화정책에 대한 친정부적 성향이 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찍부터 있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 역시 차라리 없으면 섭섭한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올해 초 산업은행 회장 임명도 마찬가지 구설수에 올랐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동걸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특임교수가 산업은행 신임 회장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선거지원을 한 보은인사이며,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고 짚었었다.

지난 2013년 홍기택 전 회장의 취임 때 이후 반복되는 지적에도 변화되는 모습을 찾기 어려워 더욱 답답함을 더한다. 

IBK기업은행도 지난 2월 금융감독원장 출신인 이용근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기업 측에서는 퇴임 임직원이 금융권에 놓은 줄을 무시하기 힘들지만, 아직까지 이런 줄에 의존해야 하는 금융권의 현실은 최근 금융개혁이라는 변화와 명확히 배치된다.

'낙하산 인사'라는 후폭풍은 금융개혁 '성과주의 도입'과 맞물려 기업자율성 측면과 상반되는 현상을 낳기도 한다. 특히 성과주의 도입과 엮여 공정한 인사와 보상이라는 거대과제가 잔존한 만큼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 등 금융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금융노조가 말하는 성과주의 '기업자율성'과 금융개혁이 가져오는 '기업자율성'은 서로 다른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매번 지적되는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 금융개혁을 통한 성과주의 도입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연상케 할 수도 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성과주의는 공정한 보상과 인사라는 기틀이 마련돼야 하며, 현재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금융사들은 관치금융의 틀을 깨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연례행사처럼 지적된다는 것은 그 만큼 국민들의 불만이 쌓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7일 진행된 '제3차 금융개혁회의추진위원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주의를 왜 못하냐, 노조는 왜 논의하지 않느냐"라고 말한 것처럼 '성과주의 도입에 왜 반대하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현실이 바탕에 깔리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상기해야 한다. 금융개혁은 이러한 조율과 함께 이뤄져야 하며, 그 타당성은 노조가 아닌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게 변화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