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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대통령 연설과 박수의 상관관계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4.27 16: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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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주 제49회 과학의 날을 맞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찾았습니다.

1966년 설립된 KIST는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았는데요. 1965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연구소 설립 지원을 제안하면서 두 나라 대통령의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설립됐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설립자로 이름을 올리며 적극적인 후원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인지 KIST 내부에는 사진 속 박정희 대통령 동상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과학기술 50년을 맞은 올해 과학의 날 행사에는 특별히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 진흥 유공자에 대한 정부포상을 수여하고, 격려사를 진행했는데요. 10여분간 이어진 격려사 중간 중간 11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언제부턴가 대통령의 연설이나 행사 참여 기념사, 격려사 이후 박수가 몇 번 나왔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는데요. 보통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국정연설에서는 여당 정치인들의 호응이 대단합니다. 반대로 야당 정치인들은 시큰둥하죠.

하지만 이날 행사는 정치인보다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1분에 1번 꼴인 박수가 새삼 의미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연설과 박수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대부분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아니고, 예우 차원에서 박수를 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작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는데요. 다만, 일부 정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의회 합동연설 이후 대통령 연설에 박수를 치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하네요.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미 의회에서 연설 도중 45차례 박수를 받았고, 기립박수도 다섯 차례 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상하원의원들이 기립박수로 환영했고, 한동안 박수소리가 이어졌다는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자국의 대통령이 타국에서 박수를 받고, 격한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됐고, 예우 차원의 박수세례가 더욱 늘었다는 '설'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이 전 대통령 이전에도 미 의회 합동연설을 진행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1989년 노태우, 1995년 김영삼, 1998년 김대중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미 의회 합동연설을 진행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이 전 대통령이 회자되는 것은 다른 대통령보다 월등히 많은 '박수 횟수' 때문입니다.
 
대통령을 향한 예우 차원의 박수라 딱히 반대하는 바는 아니지만 연설의 내용이나 행사의 성격과 상관없이 단순히 박수 횟수를 내세워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는 기사는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