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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맛보기? 은행권 재고용 대다수 '시간제·계약직'

기본 근무기간 1~2년…무기계약 전환·계약연장 조건 알 수 없어

이윤형 기자 기자  2016.04.26 12: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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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및 고용확대 주문에 따라 은행들이 경력단절여성(경단녀), 퇴직자 등 재고용에 적극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고용상태가 지속되지 않는 단발성 채용이라는 잡음이 나오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우리, NH농협, 신한, IBK기업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경단녀 채용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퇴직한 직원들을 다시 고용함으로써 숙달된 경험도 활용해 인력 운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정부의 일자리창출 독려에도 부응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이 내준 경단녀 일자리는 보통 창구 업무를 담당하며 하루에 4∼5시간 근무하는 계약직 형태로 운영돼 단발성 채용에 그친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은행별로 계약기간이 끝났더라도 우수인력에는 무기 계약직 전환, 계약연장 등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기본적인 근무기간은 1~2년 정도뿐인 까닭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상반기 파트타이머 모집'을 마감하고 100명을 채용했다. 모집 당시 '경단녀 대상'이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합격 우대 조건으로 은행 텔러 업무 1년 이상 경력, 금융관련 자격증 소지자 등을 내걸었다.

국민은행 파트타이머는 근무시간에 따라 '일급제(8시간)'와 '시간급제(5시간)' 두 부문으로 나뉘며, 계약기간은 각각 10개월, 24개월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오는 7월, 경단녀를 대상으로 한 '예금팀 전담 시간제 계약직' 채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2년 계약직으로 근무하지만 좋은 성과를 낸 우수 직원은 계약이 연장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용인원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력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작년 수시채용 형태로 330명을 채용한 바 있는데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이 운영 중인 경단녀 인력은 연간 500여명 규모다. 지점에서 육아휴직 등으로 인원 공백이 생겼을 경우 경단녀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이며, 계약기간은 24개월이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형태의 '시간선택제 RS(Retail Service)' 직무에 경단녀를 고용하고 있다. 정규직 형태로 전일제 직원과 동등한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받으며, 근무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4시간 반까지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120명에 더해 하반기에 60명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정년까지 보장하는 '시간선택제 준정규직'에 경단녀를 근무하게 한다. 현재 올해 상반기 채용인원과 일정을 조정 중이다.

결국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인 신한과 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모두 경단녀를 계약직으로 운영하는 셈이다.

계약직으로 운영하는 은행은 경단녀 계약종료 시 종합평가를 통해 우수직원에게는 계약 연장이나 무기계약직 전환 등의 조건을 내세우지만 이에 해당하는 조건이나 전환비율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아울러 계약에 따라 하루 4~5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직원들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은행에서는 영업시간 이후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계약직원들이 시간만 채우고 퇴근할 경우 나머지 업무는 기존 직원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단녀 채용은 활발하게 이어지지만 대부분 계약직만 양산하고 있어 제대로 된 고용보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근무시간에 따른 기존 직원들과의 불협화음도 있어 고용형태와 근무조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