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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LG그룹 ③후계구도…장자승계 전통 LG家

구광모 상무 후계자 '사실상 확실' 구본무 회장 건재함에 시점은 '글쎄'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4.26 10: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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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LG그룹 3탄 후계구도에 대해 살펴본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은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이는 경영승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재벌기업들이 경영승계 문제로 시끄러울 때도 LG그룹은 탈 없이, 오히려 평온하게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

이는 구인회 창업주를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 현재 구본무 회장에 이르기까지 장자 경영승계를 원칙 삼은 유교적 가풍과 관계가 깊다. 잠잠했던 LG그룹 후계구도가 급부상한 것은 지난해다.

LG그룹의 후계구도는 자연스럽게 구광모 상무에게 이어진다.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LG가(家)의 가풍상 구 회장의 장남인 구 상무가 후계자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지난해 구 상무가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했고, 구자경 명예회장이 70세일 때 자리를 물려받은 구본무 회장이 지난해 70세였다는 동년의 상징성이 LG그룹의 후계구도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

그로부터 다시 일 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 구 회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구 상무 역시 지난해 승진 이후 ㈜LG 시너지팀에서 주력사업 및 신성장사업 분야에서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한 제품 및 솔루션 발굴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사실 구 상무의 상무 승진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33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1세에 상무로 승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구 상무는 37세에 상무 직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구 상무의 출발과 경력, LG가의 특징을 짚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구 상무는 1978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LG그룹에 처음 입사했다.

이후 2007년 과장, 2011년 차장으로 승진했고, 2013년에는 LG전자 HE 사업본부 부장을 맡아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하며, 북미시장의 경영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했다.

2014년 4월 지주회사인 ㈜LG의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같은 해 11월 상무 승진했다. LG그룹에서 대리부터 단계적으로 경험을 쌓아 상무까지 올라간 것.

오너 일가의 자제임에도 일반사원과 같이 과장 근무연한을 모두 채우고 차장으로 올라갔다. 이는 구자경 명예회장이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근무했고, 구본무 회장이 과장으로 입사해 2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은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구 회장이 70세를 맞은 작년, 구 상무의 경영승계에 업계의 눈길이 쏠렸지만 1978년생인 구 상무가 아직 4세 경영을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장자승계가 원칙인 LG가의 다음 후계자는 구 상무가 당연시되지만 아직 구 회장이 건재하고, 구 상무의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험은 그 시기를 점치기 어렵게 한다.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까지는 상당기간의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이 차라리 설득력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자랑하는 LG그룹은 그 특성상 승계 작업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광모 상무의 경영능력이 승계 시기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며 "70세를 넘겼지만 구 회장의 건재함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구 상무는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략적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힘을 많이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수행에 있어 사전준비와 실행을 중시하고, 실무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짚어낸다는 평가다.

LG그룹 내부에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상당히 겸손하고 소탈하다는 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