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학자금 물꼬 관리, 근원적 개혁 논의할 때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4.26 08:50:4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2012년 신설된 국가장학금 제도가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는 등 일명 학자금 제도 전반이 표류하고 있다.

우선 국가장학금부터 살펴보자. 원래 경제적 곤란을 겪는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탄생했지만, 지금은 그 역할모델이 변질된 데다 관리상황에도 논란이 있다.

당초 첫해에는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 3분위까지로 장학금 수혜범위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2013년부터는 비교적 소득이 많은 소득 8분위까지 대폭 확대했다. 가늠하기 쉽게 월소득 크기를 보자면, 3분위는 월소득 370만원선, 8분위는 약 730만원 규모다.

사실, 소득이 제법 되는 계층 이른바 중산층이라고 해도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등록금 조달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도 수혜폭을 넓히겠다는 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상황은 모호하게 흘러가고 있다. 2016년 기준 소득분위별로 기초생활수급권자~2분위는 학기당 260만원, 7~8분위는 33만7500원이 학기당 등록금(입학금 포함) 범위 내에서 지원된다.

사립대는 대체로 1년(2학기)에 700만원쯤을 써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같은 지급 상황에 큰 구멍이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어중간한 운영으로 본말이 전도됐다는 우려다.

여유가 좀 있는 집에서는 한 학기 30만원선의 국가장학금이 등록금 준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속칭 '껌값'에 해당하는 돈이 요긴하게 여길 리가 애초부터 없는 셈이어서, 저축을 헐어 자금을 대거나 따로 대출을 받거나 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넉넉치 않은 집안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가장학금이 들어와도 등록금에 모두 충당하는 게 어렵고, 여기에 생활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실제 장학금을 통한 학자금 경감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저소득층의 경우도 별도의 목돈 준비 없이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는 아예 불가능한 꿈이 돼버렸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 쓰여야 할 돈이 결국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장학금 외에도 대출금 범위까지 논의의 범위를 좀 더 넓혀보자.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잘못 지급했다가 회수되지 못한 대학 학자금(대출금·장학금 등)이 최근 5년간 4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구당 월소득이 850여만원 이상인 9~10분위 가정 출신의 대학생들에게까지 16억원의 학자금이 중복 지원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돈이 부실하게 집행돼 재정 손실을 가져오고 정작 목마른 이가 아닌 엉뚱한 곳에 흘러간 셈이다.

이렇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까지 가능한 상황으로 국가장학금, 더 나아가 학자금 운영 상황이 이뤄지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다. 가장 시급한 것은 촘촘한 관리와 중복 지원 등을 걸러내는 필터링 운영 보완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자금 제도의 꽃인 국가장학금이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2012년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반값 등록금' 관련 공약을 내세웠던 여파를 고스란히 국가장학금 제도가 뒤집어 쓴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약 이행을 위해 소득 8분위까지 확대하는 제도 개편이 이뤄졌는데, 결국 외형적 목표를 위해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실책을 범했다는 것이다.

소득 7~8분위까지 지급되는 장학금 재원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수술의 첫머리를 잡아야 한다. 물이 부족한 상황인데, 반값 등록금 이슈를 위해 물꼬를 이리저리 열어 공급해준 게 애초 무리였다.

차라리 이렇게 투입되는 재원을 끌어모아 원래 제도 출발 초심대로 저소득 분위 재원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제 곧 출범할 20대 국회가 여야를 막론하고 머리를 맞대 제도 개혁의 가장 적합한 방향이 무엇인지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렇게 저소득층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상황을 고치고 나서, 학자금 제도 전반에 정확한 산정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관리방안을 짜면 돈이 낭비되는 일 없이 이중으로 교육복지 그물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당국이 모든 것을 쥐고 정치적 생색을 내는 데 들러리를 서도록 할 게 아니라, 지원금을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각 대학에 배분하고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