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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136] '무모한 도전? 무한 열정!' 뉴시니어라이프의 패션쇼

역할 잃고 우울한 노인, 패션쇼로 열정 되찾아…120명의 시니어 모델 활동

이지숙 기자 기자  2016.04.25 17: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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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OOO님, 지금은 혼자 나오시고, 그 뒤로 두분이 같이, 지금은 캐주얼복이니까 좀 더 포즈를 자연스럽게 하셔도 돼요."

지난 22일 지하 1층 뉴시니어라이프 교육장은 신나는 음악과 조명, 그리고 전문 강사의 지도로 활기가 넘쳤다. '시니어'라는 말이 무색하게 교육생들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자신감있는 발걸음을 선보였다. 교육장 한 켠에 만들어진 무대에서 실제 패션쇼 연습을 하고 있는 남성 교육생들의 자연스러운 포즈에서는 그동안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들로 가득한 뉴시어라이프를 찾아 조윤호 상임고문과 지난 11년의 발자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단발성 이벤트로 시작해 11년째 도전

"우리 일은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라 이 안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열정을 되찾는 가치있는 일입니다. 여성들의 경우 매력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남자들은 사회적 역할을 잃어버렸을 때 우울증이 온다고 해요. 우울증을 안고 찾아온 많은 분들이 이제는 누구보다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일 때 보람을 느끼죠."

뉴시니어라이프는 모든 시니어가 사회에서 당당한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니어모델, 시니어이벤트, 시니어패션제품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조 고문은 "10년 동안 1400명 정도 교육시켰고 현재 120명의 시니어모델이 활동하고 있다"며 "그동안 126회 패션쇼를 진행했고 해외공연도 20차례 정도 진행했다"면서 그동안의 활약상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첫 시작은 쉽지 않았다. 2006년 7월 '판타지아'란 단체의 설립으로 시작한 뉴시니어라이프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단발성 행사로 진행한 시니어패션쇼가 흥행하자 여러 단체에서 패션쇼 진행을 요청했어요. 몇 차례 쇼가 진행되자 참여한 분들끼리 '판타지아'란 팀을 꾸렸고 행사를 진행한 저희가 그 분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이를 전문적으로 맡아보자고 했죠."

하지만 초반에는 지원받을 곳이 없어 막막한 생활을 이어갔다. 정부에서도 '돈 많은 노인들의 취미생활을 왜 도와줘야 하냐'며 외면했다. 그 시각을 깨트리는 데 만 5~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성북구청에서는 실버타운 입주를 도왔고 삼성역에 있는 이 교육센터도 한 분이 돕고 싶다며 거금을 선뜻 빌려주셔서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관심있어 하는 분들이 찾아오려면 우선 교통이 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이곳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해요."

◆모델 교육·의류 판매·패션쇼 수익 사업 진행

현재 뉴시니어라이프는 직원 11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패션 중심의 운영조직과 개발된 사업을 담당하는 운영인력, 교육인력으로 구성됐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뉴시니어라이프의 구하주 회장과 조윤호 상임고문은 부부사이다. 구 회장은 한때 잘나가는 패션디자이너로 현재 뉴시니어라이프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입는 공연의상도 모두 뉴시니어라이프 디자이너가 직접 맡아 제작하고 있다. 일반 회사생활을 하던 조 고문은 퇴직 후 아내를 도와 시니어모델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9년 서울형사회적기업에 도전해 선정됐고 2011년엔 고용노동부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해 현재 일부 인건비 지원을 받고 있다.

"본격적으로 회사가 알려진 건 2012년 TV출연을 한 뒤였어요. 방송의 영향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1주일 동안 전화가 마비가 됐어요. 교육생도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교육생이 너무 많아지면 공간 비용이 있기 때문에 최대 150명까지만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후 매출도 점차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4억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델 교육 사업 외에도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의류를 판매하기도 하고, 스카프 등의 패션 쇼품을 기업에 납품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 꼽혀 궁중의상 체험관광 사업에 지원을 받기도 했다.

◆관광사업과 시니어패션쇼 연결 '수익모델 찾기' 고심

교육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특히 시니어 모델들은 모델 활동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고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뉴시니어라이프에서 1년가량 활동한 도성희씨는 "혼자 생활하다 보니 외로움도 컸고 우울증도 겪었는데 모델 교육을 받으며 많이 변화했다"며 "우울증도 극복했고 1주일에 한 번씩 워킹 교육을 받으니 바른 자세와 몸매도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이순씨는 "방송을 보고 4년 전 뉴시니어라이프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은퇴 후 허전함을 많이 극복할 수 있었다"며 "남편, 아들, 며느리 등 가족들도 응원해주고 형제들과도 이야기할 화제거리가 생겨 이전보다 사이가 돈독해졌다"고 자랑했다.

조 고문은 "개인 워킹은 자기 자신에게 100% 집중할 수 있어 자존감을 키워준다"며 "또한 '노인들은 이기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모델 활동은 그룹워킹이 있어 함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옷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패션쇼"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인 평생 학습이라는 것은 단편 교육 위주인데 우리는 자세교정부터 워킹, 댄스, 연기, 음악, 미술 등 모든 교육을 다 진행해 정신과 신체 건강은 물론, 예술적인 체험까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니어라이프의 앞으로의 계획 중 하나는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다.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수익 사업으로 발전하지 못해 무너지고 있는 만큼 현재 여러 방면으로 수익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조 고문은 "현재 고민 중인 사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 공항들과 연계해 공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체험 관광 상품으로 시니어패션쇼를 계획 중"이라며 구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