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화 기자 기자 2016.04.25 16:29:59
[프라임경제]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이번 주 시행될 전망이다.
25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SK텔레콤(017670·사장 장동현)·KT(030200·회장 황창규)·LG유플러스(032640·부회장 권영수)에 대한 주파수 할당신청 적격 여부 검토절차를 완료하고 3개사 모두 적격대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주파수경매 참여대상이 확정됨에 따라 미래부는 29일 오전 9시부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주파수경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2011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인 이번 경매는 최저경쟁 가격만 2조5000억원이다. 이통사들은 '원하는 주파수는 최저 가격으로 할당받을 것'과 '경쟁사가 최대 가격으로 낙찰받게 할 것'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놓고 승리자가 되기 위해 각자 전략을 다지고 있다.
◆2011년 SKT 1.8㎓ 낙찰…승자의 저주 vs 성장 전략
주파수는 국가의 한정된 자원이라, 정부 주도로 할당된다. 특히 2011년 경매방식이 도입되기 전까진 정부 심사를 통한 '대가할당'이 일반적이었다.
정부가 주파수 정책을 제시하고, 여기에 사업자가 신청하면 정부가 다시 심사를 통해 적정 가격을 사업자로부터 받고 주파수를 임대했던 것.
1984년 당시 체신부는 아날로그 이동통신 서비스를 추진코자 공기업 한국이동통신서비스에 800㎒ 주파수 대역을 할당했다. 또 SK텔레콤과 KT는 2011년까지 3G 주파수 40㎒ 폭을 1조3000억원에 임대받았었다.
통신기술 발달로 주파수는 통신·방송·생활영역까지 활용이 다양해졌다. 기술 발달과 이동전화 가입자 증가, LTE 이용 증가 등 통신시장 변화는 사업자가 먼저 정부에 주파수 할당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전파법을 개정, 2011년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했다.
2011년 8월 처음 시행된 주파수 경매는 라운드 제한이 없는 '동시오름입찰'이었다. 경매는 경쟁 입찰자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진행됐다. 당시 황금 주파수로 불렸던 '1.8㎓대역 20㎒폭'에서 맞붙은 SK텔레콤과 KT의 혈투는 무려 83라운드까지 이어졌다.
1.8㎓대역은 이통사가 차세대 서비스로 준비 중인 4G 롱텀에볼루션(LTE)을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
만약 KT가 경매에서 승리하면 이미 보유 중인 1.8㎓에 새 주파수를 더할 수 있어, 두 대역을 함께 연결,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는 그간 2G·3G에서 SK텔레콤에 뒤쳐졌던 KT의 역전 기회이기도 했다.
한편, SK텔레콤은 3사 중 4G 주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 대역에 대한 절박함이 가장 컸다. KT·LG유플러스는 각각 40㎒씩의 주파수를 4G용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은는 800㎒대역 20㎒만을 4G용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SK텔레콤 입장에서 경매에서 지면 SKT:KT:LG유플러스의 4G 주파수 보유량이 20㎒:60㎒:40㎒로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특히 KT가 가져갔을 때 서비스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은 자명한 분석이었다. 이에 경매는 팽팽하게 이어졌고, 당초 4455억원에서 시작했던 경매가는 1조원 가까이 치솟았다.
경매 9일째 KT가 최종 입찰을 포기함으로써 SK텔레콤은 9950억원에 낙찰, 최저 경쟁 가격이 두 배를 웃돌았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승자의 저주'라고 했다. 황금주파수를 따냈지만 출혈이 컸다는 것. 당시 SK텔레콤도 경매 후 과열 경쟁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1.8㎓ 대역을 활용해 LTE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 1조원 투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끝까지 승부를 보지 못하고 '패기'를 든 KT는 기존 2G 가입자를 위해 사용됐던 1.8㎓ 대역을 LTE 서비스 대역으로 전환, 2G서비스 중단을 선언해 질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큰 금액 출혈은 있었으나, 황금주파수를 거머쥔 주인공은 SK텔레콤이었고, 성장 전략적 측면에서 KT보다는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이외 2.1㎓ 대역 20㎒폭은 경매 형식을 취했지만, 방통위는 LG유플러스가 단독입찰케 해 최저경쟁가격인 4455억원에 낙찰받았다. 또 다른 경매 대상 주파수인 800㎒ 10㎒폭 역시 1.8㎓ 경매 포기 후, 단독 입찰한 KT가 최저경쟁가격 2610억원에 가져갔다.
◆2013년 칼 갈고 돌아온 KT, 1,8㎓로 '광대역 LTE-A' 시대 맞아
2013년 8월 두 번째 주파수 경매 쟁점 대역은 KT가 기존 보유한 1.8㎓대역 옆에 붙은 1.8㎓ 15㎒폭이었다. KT가 이 대역을 가져가게 되면 별도 투자비용을 들이지 않고 속도와 용량이 기존보다 두 배 늘어난 '광대역 LTE-A'가 가능해졌던 것.
경쟁사는 이 대역에 KT가 입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여론전을 강하게 펼쳤다. 당시 KT 노조까지 미래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입찰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사 노조도 가세했지만 결국 정부는 KT입찰을 허용했다.
이 해 경매는 현재까지 중 가장 복잡한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지난 경매에서 '쓴맛'을 본 KT는 종전과 달리 1.8㎓ 인접 대역을 차지하기 위해 최저경쟁가 2888억원의 무려 3배 이상인 9001억원을 '화끈하게' 태워 낙찰받았다. 첫 번째 경매에서의 실패를 만회한 듯했다.
경매 후 2013년 9월 KT는 황금주파수 1.8㎓대역을 이용한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시작하며 최초임을 강조했다.
한편, 나머지 대역 중 시작가 4788억원에 나온 1.8㎓ 대역 C블록을 놓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경합을 벌인 끝에 SK텔레콤이 1조500억원에 주파수를 차지했다. LG유플러스는 마지막으로 남은 2.6㎓ 대역을 최저경쟁가 4788억원에 가져갔다.
이렇게 LG유플러스는 경매 2회 연속 최저경쟁가에 낙찰받았다. 반면 SK텔레콤은 늘 3사 중 최고가에 낙찰돼 '1위 사업자'로서 자금력을 드러냈는데, 덧붙여 합리적인 가격에 낙찰받지 못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꽃놀이패' 가진 LG유플러스, 올해도 최저경쟁가 낙찰 '神' 찾아 오나
올해 역시 SK텔레콤은 큰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많고, 기존 보유한 2.1㎓을 반납해야 하는 SK텔레콤이 가장 주파수가 절박한 상황"이라며 신청 가능한 최대폭인 60㎒폭을 미래부에 접수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두 차례 경매를 보면, 주파수가 필요했던 사업자가 경매 비용을 많이 썼는데, 특히 SK텔레콤은 항상 3사 중 최고가에 블록을 할당받았다.
이번 경매에서는 △700㎒대역 40㎒폭(A블록) △1.8㎓대역 20㎒폭(B블록) △2.1㎓대역 20㎒폭(C블록) △2.6㎓대역 40㎒폭(D블록)·20㎒폭(E블록) 등 5개 블록 총 140㎒폭이 매물로 나왔다.
올해 경매는 지난 2013년 경매와 같이 동시오름입찰 50라운드와 밀봉입찰 혼합방식이며, 입찰증분도 0.75%로 동일하다. 그러나 대역폭이 전보다 많아 지난 경쟁들보다 과열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올해 황금주파수로는 2.1㎓대역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이 구축해 놓은 '비옥한 토양' 같은 곳이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광대역 LTE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SK텔레콤과 KT는 올해 이 대역에서 재할당받아야 하는 주파수와 새로 매물로 나온 블록 낙찰가를 연계시킨다는 미래부 방침에 따라 마음 놓고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진 형국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 대역에서 재할당 연계 부담이 없고, LG유플러스 형편에서 더 좋은 주파수 대역인 2.6㎓에서도 입찰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이번에 매물로 나온 2.1㎓은 다름 아닌 SK텔레콤이 사용했던 블록이기에, SK텔레콤은 이 대역 서비스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혹은 기존 망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다시 할당받도록 안간힘 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T는 아직까지도 '관망자'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만 서로의 상황을 강조했을 뿐, 별다른 선호 대역을 어필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재난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KT는 700㎓대역을 단독입찰해 저렴하게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태도는 '속임수'에 불과할 수도 있으며,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경매가 과열 없는 '싱거운 경매'로 끝날 것이란 일각의 분석에 대해 허원석 미래부 전파정책과장은 "경매가 진행돼 봐야 알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