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재작년 여름 한 특수학교에서 일한 적 있다. 그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수줍게 꽃을 건네던 아이들의 모습이 힘들었던 기억보다 더 또렷하게 남는 건 사실이다.
또 한편으론 특수학교 선생님들과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밝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실제 지난해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인차별 진정 건수는 시행 첫해 1175건에서 지난해 5600여건으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그만큼 한국은 장애인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팔리지 않을뿐더러 향후에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는 장애인 보험 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모양새다.
장애인 전용 상품에 가입 대상자가 워낙 리스크가 큰 고객들이고, 수익 나는 사업도 아니어서 쉽사리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오랜 기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가진 사람들도 적다는 지적도 있다. 2000년대 초 삼성·한화·교보생명에서 출시한 장애인 전용 보험 '곰두리보험'이 바로 그 예다.
이런 와중 KDB생명이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전용 연금보험 '더불어사는 KDB연금보험'을 개정해 재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4년 출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370건 정도 팔리는 데 그쳤음에도 말이다.
새로이 개정된 '더불어사는 KDB연금보험'은 장애인 전용 상품인 만큼 낮은 사업비와 장애인 생존율을 적용해 연금액을 10% 정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불가피하게 가계 부양능력이 약해질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연금수령 개시 나이도 20세로 낮췄다.
보험사가 주식회사인 이상 주주의 이익 실현이 회사의 목표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보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에 필요한 상품을 출시하고 고객에게 보장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보험의 사회적 역할인 만큼,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회적 약자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과 그들의 보호자들이 이러한 보험에 잘 가입하지 않더라도, 상품이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는 무척 크다. 고를 권리 없이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그들에게 또 하나의 차별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품을 출시하면서 안양수 KDB생명 사장은 "생명보험업은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공익적 측면을 다하기 위해 판매량과 관계없이 이 상품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아이·직장인 전용은 넘쳐나는 보험업계에서 정작 가장 '전용'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선택할 권리를 준 KDB생명의 됨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과감한 선택을 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