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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현주소 "책임도 권리도 모른다"

하영인 기자 기자  2016.04.19 17: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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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비자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된 여덟 가지 권리가 있으며 그에 따른 다섯 가지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 하지만 실상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알더라도 취지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블랙컨슈머'라는 행태로 악용 사례만 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소비자보호법은 1979년 국회에 통과됐다. 국내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 8대 권리를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할 권리 △피해보상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단체조직·활동할 권리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에서 소비할 권리로 규정했다.

5대 책임은 △문제를 의식하는 책임 △참여에 대한 책임 △사회적 책임 △환경보존에 대한 책임 △단결에 대한 책임으로 나뉜다. 이는 소비자가 스스로의 안전과 권익 향상을 위해 자주적이고 성실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이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8대 권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소비자는 겨우 4.3%에 불과했다. 또 소비자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당당하게 제 권리를 주장하는 소비자는 12%에 그쳤으며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가급적 참는다는 소비자도 40.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소비자가 본인의 권리를 잘 모르는 만큼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권리 주장에 소극적이며 일방적으로 피해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소비자, 혹은 기업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 비중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으나 원인과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기업도 때로는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83.4%가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50%는 사실과 다른 악성 비방으로 판매 감소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유통기한 지난 캔디를 팔았다며 영업정지 위기에 몰렸던 A빵집이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 끝에 오명을 벗었다. 블랙컨슈머 소행으로 드러났기 때문.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친화적인 기업이 있는가 하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이 있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스마트컨슈머'가 있으면 음지에는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가 존재한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이마에 써놓질 않으니 매사건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쁜 게 현실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고 소비자 개개인의 영향력이 커지자 악질적으로 돌변한 소비자, 이익 실현만을 외치며 온갖 꼼수로 점철된 기업은 반성이 필요하다.

기자 역시 그간 '무지'하고 '무관심'했음을 깊이 반성한다. 소비자가 아닌 국민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기업의 직원도 한발자국만 나서면 곧 고객이 된다.

기업의 잘못된 만행을 저지하는 데는 소비자가 올바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에 힘쓰고  소비자들은 먼저 권리와 책임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두렵거나 귀찮아서'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안될 일이다. 

'너와 나' 우리를 위해 잘못된 점은 짚고 넘어가야 또다른 피해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선진소비문화 아래 모든 국민이 멋진 소비자가 되는 그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