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화 기자 기자 2016.04.19 17:28:56
[프라임경제] 18일 SK텔레콤(017670·사장 장동현)·KT(030200·회장 황창규)·LG유플러스(032640·부회장 권영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할당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통 3사가 제출한 신청서에는 할당받고자 하는 최대 주파수 대역폭과 블록이 담긴 만큼 이달 말 이 신청서를 바탕으로 '수조원대 두뇌 싸움'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경매에 나온 할당 주파수·대역폭은 △700㎒대역 40㎒폭(A블록) △1.8㎓대역 20㎒폭(B블록) △2.1㎓대역 20㎒폭(C블록) △2.6㎓대역 40㎒폭(D블록)·20㎒폭(E블록) 등 5개 블록 총 140㎒폭이다.
사업자들은 경매신청 시 할당을 원하는 최대 주파수 대역폭으로 20·40·60㎒ 중 하나를 선택해 신청해야 하고, 이 대역폭 내에서 입찰이 가능하다.
미래부는 이번 경매에서 광대역 A·C·D블록에 대해 한 개까지만 입찰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따라서 한 사업자가 2.6㎓ 대역 40㎒폭(C블록)에 입찰했다면, 1.8㎓대역 20㎒폭(B블록)이나 2.6㎓대역 20㎒폭(E블록)에 대해서만 입찰이 가능하다. 이때 최대 주파수 대역폭도 60㎒폭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B블록과 E블록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LG유플러스에 유리한 판, 2.1㎓대역 가져갈까
2.1㎓대역은 국내 사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주파수다. 이 대역은 현재 SK텔레콤이 60㎒폭, KT가 40㎒폭, LG유플러스가 20㎒폭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대역에서 각 사는 3G·LTE망을 운용 중이다. 이들이 기존 설치해 둔 망과 기지국이 있기 때문에 어떤 통신사가 가져가든 큰 투자 없이 기존 주파수와 묶어 광대역 LTE 서비스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통사들은 주파수 경매안이 확정되기 전 2.1㎓대역을 차지하는 데 유리한 각 업체 입장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미래부는 전파법령에 따라 주파수 경매안에 LG유플러스가 주장했던 '2.1㎓대역 재할당 경매대가 연계'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2.1㎓대역 20㎒폭 낙찰가는 동 대역 재할당 금액 산정에 반영된다. 2.1㎓대역 20㎒폭 낙찰가가 오르면, 재할당 금액도 오르는 것.
SK텔레콤과 KT는 기존 사용 중인 2.1㎓대역이 오는 12월 마감되기 때문에 재할당을 받거나 이 대역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양사는 입찰금액을 무작정 올리기가 부담스러운 형국인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런 부담이 없어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LG유플러스가 이 C블록을 가져갈 것이라는 가정에서는 선택지가 세 가지다. 먼저 C블록만 선택하는 방안이 있고 C블록과 B블록을 가져가거나, C블록과 E블록을 가져가는 것. LG유플러스의 LTE 주력망은 2.6㎓ 대역이라는 점, 1.8㎓ 대역은 현재 서비스 중인 주파수의 인접 대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E블록 선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2.6㎓대역, 또 다른 격전지?
LG유플러스의 LTE 주력망은 2.6㎓대역이라는 점에서 2.1㎓대역이 아닌 2.6㎓대역을 중심으로 전략을 구성하는 방법도 LG유플러스에 매력적인 카드다.
2.6㎓대역은 현재 4세대 이동통신 LTE용으로 글로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 중 하나인 만큼 효율성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3사 모두의 '플랜 B'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미 이 대역 40㎒ 폭을 보유하고 광대역 서비스 중인 LG유플러스의 경우, 추가로 40㎒ 폭을 획득한다면 초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시설투자를 새로 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재할당 대가가 연계된 2.1㎓대역 대신 이 대역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양사 통신 주력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재할당 대가를 피하려는 SK텔레콤과 KT에, 초광대역을 노리는 LG유플러스까지 2.1㎓대역 대신 2.6㎓대역을 택한다면, 올해 황금주파수 타이틀 주인공은 2.1㎓대역이 아닌 2.6㎓대역으로 뒤바뀔 가능성도 농후하다.
◆흥행 부진 점쳐지는 올해 경매
올해 경매는 1단계 동시오름입찰 50라운드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2단계 밀봉입찰까지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시오름입찰은 여러 라운드를 통해 단계적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최고가를 제시한 사업자를 낙찰시킨다. 각 라운드별 제한시간은 40분이다. 밀봉입찰은 4시간의 제한이 있다. 말 그대로 밀봉으로 입찰서를 제시하며, 단 한 번의 입찰에서 최고가를 내야 낙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파수 경매는 밀봉입찰까지 안 갈 수도 있다"며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동시오름입찰에선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입찰가가 오르고, 1단계 경매 결과가 2단계 밀봉입찰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경매가 길게 진행될수록 정부 세수 확대에 용이해진다. 그런데 경매가 금세 끝나 정부 입장에서 '실패한 경매'가 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올해 주파수 경매의 '황금주파수'로 여겨졌던 2.1㎓대역에서 3사 경쟁이 치열하지 않게 전개된다면, 이러한 전망이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올해 경매 대상 주파수에는 2.1㎓대역 외에도 광대역 주파수 700㎓대역 40㎒폭과 2.6㎓대역 40㎒폭이 있다. 재할당 연계를 부담으로 느낀 KT가 경쟁 과열이 예상되지 않는 재난망 주파수 인접대역 700㎓대역을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고, SK텔레콤이 2.1㎓ 대역 대신 2.6㎓대역을, LG유플러스가 2.1㎓대역을 가져가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는데, 이대로라면 과열양상은 아니다.
앞서 미래부의 주파수경매 계획안이 나오자 이통사들은 최저경매가격과 망구축 의무가 과도하다며 비용 부담을 강조한 바 있다. 3사가 이번 주파수에 비용 투자를 꺼린다면 위와 같은 싱거운 결말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래부 관계자는 흥행 부진 전망에 대해 "결과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주파수 할당 경매는 최저 경쟁가격만 2조5779억원이다. 미래부는 각 사업자의 경매신청에 대한 적격심사를 진행한 뒤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매에는 8일 정도 소요되고, 이에 따라 최종 할당 결과는 5월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