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사·밴사·밴대리점 갈등으로 미궁에 빠진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 확대 시행을 위해 다시 한 번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섰다.
애초 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무서명거래 확대가 밴대리점 수익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세 차례의 회의를 열어가며 중재안 마련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이 났기 때문.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여신금융협회, 카드사, 밴사, 밴대리점 등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2시 여신금융협회에서 제4차 회의를 진행한다.
올 초 카드사들은 5만원 이하 카드거래에 대해 본인확인(서명)을 생략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 이달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기존에는 카드사와 별도 계약을 통해서만 무서명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번 가맹점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별도 계약 없이 가능하게 된 것.
그러나 무서명거래 확대로 전표매입 수수료가 감소할 것이라며 밴대리점들은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평균적으로 카드 결제 시 매입 수수료는 50원이지만 15원은 카드 결제 승인 사인을 읽어들이는 비용이므로 나머지 35원만 대리점에 돌아간다. 하지만 무서명거래으로 전표가 줄어들게 되면 카드사가 밴대리점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는 크게 감소한다.
이에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밴대리점) 관계자는 "무서명거래가 확대되면 수익이 크게 줄어 밴대리점 사업자들이 무척 힘들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카드사와 밴사가 이 부담을 나누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카드사와 밴사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 카드업계는 서명이 필요 없는 결제방식이 생겨나는 등 나날이 발전해가는 핀테크 기술로 전표는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에 수수료 부담을 카드사가 덜어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밴사 역시 애초 수수료는 카드사가 밴대리점에 주던 것이므로 카드사가 부담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즉, 이번 회의 쟁점은 무서명 거래 확대 시행으로 인한 손해 분담을 카드사와 밴사, 밴대리점에서 어느 정도 분담할 것이냐가 관건인 셈.
한편 19일 금융위원회에서 밴사 리베이트 금지를 확대하면서 이번 4차 회의에서 합의가 곧바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존 여신전문금융법 시행령은 카드 매출이 10억원 이상 가맹점이 밴사 등에게 부당하게 보상금을 받거나 요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에 통과된 개정안은 3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밴대리점들이 대형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관행 때문에 적자를 본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당국이 밴대리점 달래기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애당초 미뤄졌다가 다시 진행하는 만큼 좋게 해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미 무서명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법적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한시라도 빨리 합의돼 소비자 결제 편의성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