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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희순의 노닥노답(6) - 피터팬증후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 기자  2016.04.19 12: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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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일 △SH공사 △한국투자금융 △하림 △셀트리온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 6개 기업을 대기업신규기업으로 지정했다. 

지난 1987년 이 제도 시행 이래 2008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산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한 이후 이번 신규 지정에 따라 대기업은 45개사에서 총 61개사까지 늘어나게 됐다. 

IT 분야 등 새 영역에서 새로운 회사들이 성장을 했다는 것은 한국 경제를 위해 더없이 반길 일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가 지정되면서 금산분리 규제를 받게 돼 큰 혼란에 빠지는 등 반겨야 할 대기업으로의 성장이 더 큰 성장을 가로막는 상황을 가져오게 됐다. 

보통 우리나라 기업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동시에 상호출자 금지, 금융, 보험회사 의결권 제한 등 각종 규제에 직면하는데, 이는 비상장 기업이라도 예외가 없다. 원래 대기업, 특히 재벌이라 불리는 집단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행한 것인데, 문제는 이러한 본래의 시행 취지에 맞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데 있다. 

이번에 지정된 셀트리온과 카카오는 대표적인 벤처신화의 주인공이다.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과 사업 진출 및 투자 등으로 매출 5조원을 달성해 대기업집단에 지정이 됐다. 이와 동시에 35개 이르는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삼성이나 엘지,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상위 4대 기업의 평균 자산액이 2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이러한 공룡 기업과 이제 막 자산 5조원을 넘긴 기업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를 받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몸집이 삼사십 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데 이게 합당한 일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비단 규모에 따른 불합리와 불공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에 지정이 되면 사업과 관련된 경영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되는데, 지능형 로봇 전문 분야나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 참여가 어려워지고 영업시간 제한 등의 제약도 따르게 된다. 

아울러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정부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장려하고 있는 스타트업(Strat up)기업들의 투자 환경도 크게 위축이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케이벤처그룹을 운영하면서 창업 초기인 스타트업 기업들에 투자를 하며 계열사 간 상호출자제한이나 제한에 묶이는 대기업 집단 계열사는 대규모 기업에 해당돼 외부 벤처캐피털(VC, Venture Capital)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15조에 의하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들은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에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면 늘 회자되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이라는 것이 있다. 육체적으로는 성숙해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심리, 즉 어린아이로 대우받고 보호받고자 하는 심리나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중소에서 중견기업으로, 또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축소되는 혜택과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장을 꺼려하는 기업들이 적지않다. 중소·중견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필요할 때면 아이처럼 정부의 보호막을 요구하는 공룡과 같은 대기업들 역시 심각한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다. 

치열했던 총선(總選)이 막을 내렸다. 그 결과야 어찌됐든 이제 새로운 의사 결정 구조가 탄생했다. 새 국회를 열기도 전에 그간 말이 많던 제도며 입법 안들을 손봐야 한다고 여기저기 떠들썩하다. 여기도 하나 추가다. 이것저것 손보는 김에 이것도 하나 끼워주기를 바란다.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