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 기업 중 피해 보상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피해 유가족과 소비자단체는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사과하는 것은 면피성이다.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원인 규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미진했다"며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조속하고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롯데마트가 지난 2006년 11월에서 2011년 8월까지 시판했던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는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다 2011년 피해자가 발생한 뒤 중단한 제품이다. 사용 피해자는 사망자 22명과 생존 환자 39명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기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을 꾸려 조사를 마쳤고 이번주부터 업체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옥시가 서울대 등 연구팀에게 용역을 맡기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실험 조건을 요구한 정황도 포착해, 연구팀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피해 보상 추진
문제가 된 제품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PHMG 인산염 또는 PGH 성분을 함유해 폐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를 벤치마킹해 외국계 전문 PB 컨설팅업체로부터 '안전성 문제'를 판단 받은 뒤 제품을 출시했지만 옥시레킷벤키저는 2001년 PHMG 성분이 든 제품을 처음 출시할 당시 독성 실험을 생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김종인 대표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보도되는 사태의 와중에서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피해여부 확인이 어려웠다' 등의 이유로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나서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김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발생 이후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지만 예상할 수 없는 사태를 접하다 보니 제대로 된 대안을 찾지 못했다"며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협조해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포함, 진상 규명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조사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해 △피해 보상이 필요한 분들의 선정 기준, 피해보상 기준 등 검토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준비할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검찰 수사 결과에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검찰 수사 종결 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피해에 대한 예상 보상금을 최소 100억원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피해자 단체와 시민단체와 특별히 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회피를 하고 싶었기 보다는 이 사태가 워낙 크다 보니 내부 기준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히 대화를 나눈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5년 동안의 호소는 무시, 왜 이제서야…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활동가들이 참석해 롯데마트의 '진정성 없는 사과'를 비판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5년 동안 피해자들의 호소를 무시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과에 나섰다"며 "롯데마트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피해자들에게 사전에 연락해 우리가 올 수 있는 시간에 기자회견 했을 것이다. 언론을 통해 사과한다는 것을 들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부인과 둘째 아이를 잃은 유족 안성우씨는 "롯데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 의사가 있었다면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회견장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이렇게 언론에만 알려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면피성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도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사과하는 것은 검찰에 잘 봐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롯데마트가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피해 신고센터를 마련해 자진해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또 "전국의 롯데마트 앞을 수차례 찾아가 문제제기하고 항의했을 때 단 한마디라고 했어야 했다"며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롯데마트 자체적으로 피해신고센터를 만들어 피해자를 찾아 나서는 등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