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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에 '땜질' 대응책…최소한의 방패 마련 논의 절실

상법 개정안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낮잠 '공은 20대 국회로'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4.14 16: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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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산업계에서 인수합병(M&A)시장을 악용하는 일명 적대적 M&A 시도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권 사수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주로 사냥감으로 지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헤르메스가 2004년 삼성물산의 지분 5%를 확보한 후 적대적 M&A의 가능성을 내비친 전례로 볼 때 그 대상에 더 이상 한계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에는 2년여 만에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졸업한 ㈜동양이 적대적 M&A 가능성에 노출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지난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동양매직과 동양파워(현 포스파워), 동양시멘트를 팔면서 4000억~5000억원 가량의 자산을 보유한 '현금부자'가 됐지만 이런 알짜회사조차 적대적 M&A를 하려 마음먹으면 바로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

지분 70% 이상을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점이 가장 문제였으나, 국내 제도 자체가 워낙에 방어자에게 불리하고 공격자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은 차제에 고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경종을 다시금 울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적대적 M&A가 발생하면 몇 가지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재무구조 개편이나 주요 자산의 매각을 추진한다. 회사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회사분할을 비롯한 자산 구조조정도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자기주식의 취득 한도 확대 등의 장치를 통해 방어하는 기법도 있다. 적대적 M&A로 인해 기존 임원이 임기만료 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임될 경우, 해당 임원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토록 하는 일명 황금낙하산도 일부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결국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돼, 주가를 조작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경영권을 지키려다 자칫 더 큰 문제를 일으킬 후폭풍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또 기존 임원들에 악용될 여지 또한 존재한다. 사실상 방어에 사용되는 방편들이지만 효과도 자신하기 어려울뿐더러 일종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가 늘 뒤따르는 셈이다.

이에 따라 근원적 해결을 위해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상법 개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도입 등이 담겼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M&A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 매입 권리를 준다. 차등의결권제도는 한주 한표의 대전제에 예외를 두는 것으로, 최대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는 대주주의 남용이 우려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개념들이라 '경제 민주화' 논의 국면에서는 빠른 도입이 어려웠다. 결국 추진 과정에서 속도를 내지 못해 국회에서 잠자는 신세가 됐다.

다만 이 두 대표적 방어책 검토 외에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선 투자방법론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를 악용하는 편법에 제재 조치가 검토되는 등 감시가 강화된다. TRS는 규제 주식 보유 상황에 따른 수익이나 손실이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해외에서도 헤지펀드의 적대적 M&A 우회공격 방식으로 TRS 악용 경우가 있었는데, 엘리엇과 삼성물산 간 분쟁에서 이 편법이 사용됐는지를 연초 당국이 들여다 보면서 앞으로 이 방식을 악용하는 데 규제와 감시의 길이 열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도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보고의무에서 요구되는 보유비율 기준을 제도 도입 시부터 5% 이상으로 정하고, 주식대량보유 보고 기간을 5일 이내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을 노리고 공격하는 헤지펀드 등 주식대량 보유자는 대체로 이처럼 후한 기준을 보장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데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 제한선과 기한이 단축, 하향 조정되고 있다.

투자전문가나 해외 전문펀드가 많아 대부분 보고제도를 인지하고 있어 5일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또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 기준을 낮춰 잡아 감시와 견제가 촘촘히 이뤄지게 하는 선진국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대주주에 의한 남용 가능성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어서 공론화해야 20대 국회에서 유사한 경영권 방어 개념이 등장해도 또 장시간 방치되다 사장되는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