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당의 승리나 개인의 승리도 아닌, 특정 지역이 부각됐다는 이상한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가장 큰 수혜 대상이 됐다는 안팎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의미있는 정치판에서의 승리를 사실상 처음 이룬 안철수 공동대표로선 피로감을 씻을 새도 없이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매번 물러나기만 한다는 '철수정치' 비아냥까지 들었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낫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국민의당은 이번에 호남 정치에 크게 빚을 졌다. 제3당을 부각시켜 정권을 심판하고 무기력한 야권에 질책을 해 달라는 그의 구상에 많은 이들이 힘을 실어줬지만 사람들은 호남 지역구 의석을 수확한 국민의당 성적의 한 단면에 주목한다. 정당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는 점은 오히려 조금 덜 부각되는 면이 있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으로서 필수적 수순인 '내 집 마련'의 꿈을 안 대표가 이뤘지만 아직 집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이질감이 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더민주의 여러 실책 중에 호남 공천 등 문제가 최근 가장 부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창당과 총선 대비 과정에서 이삭줍기라는 비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면서 호남 정치인 끌어안기에 나선 점은 문제다. 외부에서 '호남 자민련'이라든지 '야권 분열로 인한 여권 어부지리 국면 조성'이나 '호남 패권정치에 인공호흡을 했다'는 식의 지적을 내놓을 가능성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 규모를 훨씬 웃도는 의석 수를 차지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의석수 규모라는 외형적 요소가 당을 아우르고 구성원 간 결속력을 다지는 내부적 문제까지 해결해줄 수는 없다. 봉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이뤄야 대선에서의 능력 발휘가 가능한데, 역사가 짧고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정치적 이념 제시가 제대로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원적 한계가 국민의당에는 있다.
안 대표로선 대권 도전을 위해 이런 문제를 지닌 당원과 소속 정치인들의 속사정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안한 '야권 연대' 발언과 이로 인해 술렁이던 당 사정을 제압하듯이 강한 면모만으로 일관할 수도 없다.
이 야권 연대 이슈는 국민의당 초창기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린 사건이자 정치인 안철수가 '정면 돌파'라는 강수를 둬 이미지 쇄신 효과를 거둔 사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안 대표가 당시 강한 리더십으로 앞으로도 일관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치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지 꽤 된 상황에서 인맥관리에 부침을 겪은 탓에 안 대표가 신념대로 처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조가 원소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후 거둔 전리품 중에는 원소 진영과 내통한 자기 진영 사람들의 편지 묶음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색출하지 않고 자료를 그냥 불태움으로써 내통자들을 포용했다는 고사가 떠오르는 총선 이튿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