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4.13 15:52:06
[프라임경제] 300석에 불과한 선량(選良) 자리를 놓고 지역구와 정당별 투표를 둘러싼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천 파장을 빨리 수습하고 집권 후반기의 원만한 운영 지원을 위해 157석 이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의 전횡을 방지하고, 특히 이를 제3당의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동력원은 120석 이상 확보 시 가능할 것으로 진단된다. 국민의당은 40석 이상을 차지하면 돌풍 일으키기에 성공한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이렇게 각당별로 거론되는 최선의 성적표만 더해 봐도 이미 의석 총수를 넘어서므로, 뺏고 뺏기는 대결은 원래부터 불가피하다. 다만 일각의 승리를 위해 누군가는 완벽히 져야 하는 제로섬 대신 일정한 휴전 지점에서 봉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점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107석, 국민의당이 30석 내외를 차지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다.
우선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 일명 '공천 학살' 피해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남는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
'너무 오래 했다'는 평가 끝에 밀린 이재오 의원이나 청와대에 맞서다 피해를 봤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유승민 의원이 다시 국회에 입성해도, 공천 파장 이전의 의석수(157석)를 초과 달성하면 총선 공천 논란, 더 나아가 계파 갈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상실감을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불을 끌 수 있는 불안한 평화 유지 능력은 과반수에 달렸다. 만약 새누리당 과반 미달이 현실화할 경우 공천 과정의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져 내홍에 휩쓸릴 가능성이 급부상한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선거 등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청와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반수 달성으로 정치력 발휘가 가능한 국면이 되면 정치 현안을 풀기에도, 또 차기 대선 구도를 그리기에도 청와대 의중 반영이 쉬워진다.
157석을 가진 19대 국회의 새누리당도 무력했는데 더 적은 의석으로 어느 정도 일을 할 것인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당내 무기력층을 정리했다는 쪽으로 선명성 강화 의미를 부여하면 나쁘지 않은 구도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내세운 107석 눈금 안팎에서 숨을 고를 경우가 오히려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107석은 3월16일 기준 민주당 의석수다.
김 대표는 "107석 미달 시 대표직은 물론 비례대표 의원직도 내놓겠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문재인 전 대표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호남 의석 총 28석, 수도권의 122석을 감안할 때 107석가량은 양 지역 선전과 선방을 이룰 때 나올 답안이라는 점에서 김종인 체제 못지 않게 문재인 대권 가도 양자의 운명이 걸린 목표선 의미가 있다.
107석, 즉 현위치 고수가 배수진치고는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차떼기당 논란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활약한 박근혜 대통령 케이스와 비교하는 것이다.
50석도 어렵다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옛 한나라당 대표로 구원등판한 박 대통령은 '천막당사'라는 승부수를 던져 역풍을 뚫어내며 121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양당 체제에서 일으킨 뒤집기 성공인 만큼 3당 체제 국면으로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 갖다 댈 지표는 아니라는 풀이다.
오히려 총선 성적표가 너무 잘 나오거나, 너무 안 나오는 경우와 대비해 김 대표의 입지가 가장 클 수 있는 구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호남과 수도권 표심이 국민의당 대신 민주당에 신임표를 너무 많이 주게 되면 호남 챙겨주기 명분과 문재인 컴백론에도 힘이 실려 우클릭을 시도해온 김 대표에 역으로 부담이 걸린다. 반대로 너무 나쁜 총선 결과는 잠재적 차기 대선 주자군의 빠른 구원투수 등판론 명분이 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로서도 처음 온전한 '자기 정당'을 가질 수 있는가의 여부가 걸린 선거다. '천정배 신당'과의 합당을 통해 이룬 현 정당 구도에서는 장악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발 당심 흔들기(야권 통합 제안)에 큰 홍역을 치른 게 국민의당의 내부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 교섭단체만 꾸려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는 있다. 다만 20석 정도에 머물면 야권 분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의미 는 제3당으로서의 역할론에 불을 지피고 국면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만한 크기는 40석 정도, 못 되어도 30석 정도라는 추산이 나온다.
이렇게 각 유력정당들 그리고 주요 인사들이 모두 쉬어갈 수 있는 상황에 처할 경우는 다가올 대선을 생각하면 풍성한 후보군 성장 토양이 된다.
나쁘게 말하면, 서로 아무 문제 상황을 일으키려 들지 않는 소강상태와 서로 정치적 비중을 과시하려 격돌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분주히 오갈 혼돈의 장으로 정치판이 열려있게 된다. 반대로 이런 상황을 중재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할 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기대할 시험대도 마련된다.
과반수 사수:107 달성:30석 이상이 조성되는 것은 3당 체제가 가동된다는 뜻이다. 실로 오랜만에 의미 있게 거론되는 개념인데, 이를 허용하고 키워주는 자체가 유권자들의 내심이 이전 같지 않은 비상상황이라는 것.
일명 대선주자급 정치 신인부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출신 노장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두 에너지 충전 끝에 무대에 서는 상황은 얼핏 혼란스럽다.
그래도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소수 걸출한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이 절묘히 작용해 허락된 천하삼분지계라기보다는 군사정권 종식 후 등장한 여소야대처럼 '국민의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다음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교만 보다는 겸손을 배울 마지막 골든타임을 살리라는 주문이 먹힐지 그 다음도 의미가 있다. 실제로는 다른 총선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런 최대한 팽팽한 3자 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수권정당 훈련을 할 필요성도 그래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