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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삼성바라기’가 시들고 있다

올해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순위 현대차·CJ에 밀려

이수영 기자 기자  2016.04.12 11: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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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취업시장에서 이른바 '삼성바라기' 바람이 꺾이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11일 발표한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7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차에 1위를 내줬고 앞서 지난달 잡코리아에 따르면 입사를 원하는 국내그룹사 순위 역시 CJ그룹, SK그룹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같은 조사에서 현대차는 높은 연봉과 상대적으로 정년보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며 1년 만에 선호도가 8.1%p나 급증했고, CJ그룹은 난임시술 지원을 비롯한 육아·의료 특화 복지에 여성 지원자가 몰렸다.

11일 사람인이 대학생·구직자 1497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4.4%가 가장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으로 현대차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0.3%p 적은 14.1%의 선택을 받아 2위에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선호도가 6.3% 그쳤지만 불과 1년 만에 8.1%p나 급증했다.

지난달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에서도 삼성은 1위에 오르지 못했다. '가장 입사하고 싶은 국내그룹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1%(복수응답)가 CJ를 꼽았고 SK(47.9%)와 삼성(45.3%)이 뒤를 이었다.

CJ는 특히 여성구직자 54%가 몰리며 절대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의료와 육아에 특화된 복리후생제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람인 조사에서 구직자들이 꼽은 선호 이유 1위는 '높은 연봉'이다. 하지만 실제 연봉 순위가 기업 선호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여전히 공기업을 뺀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는 평균연봉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직원 연봉은 평균 1억100만원(남성 1억1000만원, 여성 7500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9600만원(남성 9700만원, 여성 7400만원)으로 계열사인 기아차(평균 9700만원)보다도 적었다. 기아차의 취업선호도는 2.4%로 LG화학에 이어 5위였다.

복리후생제도 역시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10대기업의 사원복지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며 회사별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취업시장에서 삼성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엄청난 업무강도와 언제든 퇴사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기업 이미지로 굳어진 탓이다.

일례로 구직 관련 커뮤니티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교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정년보장'이다.

삼성전자에 비해 현대차는 생산직을 중심으로 강력한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그만큼 정년까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와 경험담이 빼곡하다. 구직자에게는 약간의 연봉, 복지 차이보다 ‘안정성’이 더 가치가 크다는 얘기다.

결국 좋은 인재를 잡기 위해 기업들이 제시하는 '당근'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호주 출신 컨설턴트이자 외국인 시각에서 본 한국의 기업문화 관련 블로그(The Sawon·http://thesawon.blogspot.kr)를 운영하는 마이클 코켄은 '한국 대기업은 대단한 복리후생을 제공하지만 구직자에게 인기가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는 "수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삼성이 구글에 비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바로 인재에 대한 태도 탓"이라며 "구글은 '보상'을 주지만 한국 기업은 '몸값'을 지불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혜택을 줘도 정작 사원들은 즐길 수 있는 힘과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최근 취업준비생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외국계 기업, 해외취업에 눈을 돌리는 것 역시 직원의 사생활과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문화가 어필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일련의 조사에서 보듯 삼성에 대한 구직자들의 반응이 예전과 달라졌다. 이는 삼성뿐 아니라 해외기업과 영입 경쟁에 뛰어든 국내 대기업이 주목해야 할 변화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