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동개혁 양대 지침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양대 지침이 기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청 관할구역(마포구·용산구·서대문구·은평구)내 사업장들을 1주일에 서너 곳을 돌며 양대 지침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데, 4개 구에는 외국계 회사도 많아 외국계 회사를 방문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최근에 방문한 외국계 회사에서 외국인 CEO에게 부족한 영어로 양대 지침의 취지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는데, 의외로 그 회사는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이미 양대 지침의 상당부분을 이행했다는 설명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양대 지침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공정인사 지침'은 노동개혁의 내용에 관한 부분으로,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에 필요한 채용 △인사평가 △임금체계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퇴직관리 △근로계약 해지까지 망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임금체계 부분과 근로계약 해지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대부분 입사해 근속기간이 더해질수록 임금이 증가하는 연공급(호봉제) 형태여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 의무화 조치 등으로 장기 근속자가 증가할수록 사용자에게 임금에 대한 부담이 증가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노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체계를 바꿔 연공급 형태보다는 능력이나 수행하는 업무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도록 급여체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연공급 임금체계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한다든지 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경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계약 해지 부분은 근무성적이 부진한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의 자의적인 해고 등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이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그간의 판례 분석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및 성과향상프로그램을 노사가 구비토록 하는 부분이다.
근로계약 해지를 둘러싼 실체적·절차적 공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높여서 기업의 정규직 채용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다.
판례나 현장실무에서는 근무성적이 부진한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취업규칙의 징계의 장에 규정돼 있으면 '징계해고', 인사의 장에 규정돼 있으면 '통상해고'로 판단하고 있으나, 지침은 징계해고는 근로자에게 '징계'를 받아 해고됐다는 불명예를 주고 재취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징계해고보다는 통상해고가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근로계약 해지 부분의 핵심적 내용은 자의적인 인사평가를 막기 위해서는 계량평가나 절대평가 방식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침은 상대평가에서 4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인정한 판례를 예시하고 있다.
또한 근무성적이 부진한 자로 평가받았다고 하더라도 영업실적, 매출 등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라야 해고가 정당하다는 통상해고의 최후 수단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공정인사 지침'이 노동개혁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에 반해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은 노동개혁의 방법을 담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 및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 성과향상프로그램은 회사의 사규인 취업규칙에 규정해 시행하게 된다. 이 때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 변경에 관한 지침이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판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때 이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지침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그간의 판례를 근거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며칠 전 지청직원과의 회식 자리에서 어느 직원이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살다보니 최근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펼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우리나라 신흥 명문고등학교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보면서 알파고의 대리기사 역할을 했던 구글직원 아자황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대국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알파고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던 아자황의 모습을 보면서 기계에 밀려나는 또 하나의 직업군이 눈앞에 그려졌다.
알파고는 인공지능과 인간간의 일자리 공생에 대한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회사에서 알파고를 동료로 두고 일해야 하는 시대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조만간 닥칠 일이라면 우리는 현재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양대 지침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체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서 국민들에게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주기 위함이다. 인공지능의 시대를 맞이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일자리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한 선결과제이다.
최상운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