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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인의 메디컬 포인트] "당신은 지금 독약을 먹고 있다"

항불안제 복용 후 2시간 내 자몽주스 섭취…약효·독성↑

하영인 기자 기자  2016.04.11 14: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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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꽃가루 날리는 환절기, 따사로운 봄과 함께 황사와 미세먼지 등 불청객 또한 찾아왔다. 이에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런 때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종종 약을 먹게 되는데,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毒)'이 된다. 약에 대한 복용법을 짚어봤다.

약은 왜 물과 함께 먹어야 할까? 물은 약 성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유에 변비약을 먹는다면, 우유는 염기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변비약이 대장에 가기 전 약을 모두 분해해버린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진통제를 녹차와 먹게 되면 녹차에 있는 카페인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심장이 떨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약은 약 성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과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물과 함께 약을 복용했더라도 2시간 이내에 다른 음료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심지어 항불안제나 정신안정제, 진정제, 공황장애, 우울증에 사용되는 약은 자몽주스를 마실 경우 약의 혈중 농도를 높여 약효와 독성이 증가하게 된다.

고지혈증 치료제도 자몽주스가 약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약을 복용한 2시간 뒤에 마셔야 한다. 또, 위산 중화와 속 쓰림을 완화해주는 제산제와 오렌지주스를 함께 먹으면 제산제에 포함된 알루미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

제산제의 주성분인 수산화알루미늄은 알칼리성 위산을 중화하는데 오렌지주스는 위의 산도를 높여 제산제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약을 복용할 때는 권장섭취량과 섭취방법을 꼭 숙지해야 한다. 만일 감기약을 정량보다 더 많이 복용한다면 변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감기약은 혈관을 수축시켜서 콧물이나 기침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정량보다 많이 복용할 시 장운동이 느려져 소화가 안되고 변비에 걸리기 쉽다.

약국에서는 약을 처방해주면서 식후 30분 뒤에 먹으라고 하는데, 이는 약이 복용시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빈속에 먹는 게 가장 흡수율은 높을지 몰라도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식후 30분은 우리가 먹은 음식이 소화되고 약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적당한 때다.

더불어 알약의 표면은 종류에 따라 양면 혹은 한쪽 면에 선이 그어져 있거나 아예 민무늬이기도 하다. 이 선은 약을 쪼개서 복용해도 된다는 의미다. 선이 없는 약은 되도록 원상태로 먹는 것을 권한다.

약효를 빨리 보기 위해서나 용량을 줄여서 복용하고자 약을 쪼개 먹는다면 오히려 약의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약을 쪼개는 순간 코팅이 파괴되고 산성을 띄는 위에서 분해돼버리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캡슐약도 캡슐을 벗겨 안에 있는 가루약만 먹으면 위험하다. 캡슐은 캡슐 속에 있는 가루약을 위의 산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캡슐은 몸속에서 천천히 녹으면서 약이 서서히 퍼지게 하는 데 임의대로 캡슐을 제거하고 먹는다면 아무런 효과도 없어질뿐더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알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합성물이 첨가되는데, 가루약은 이러한 합성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쓴맛이 강하므로 아이들이 먹기에는 힘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루약은 병원이나 약국에서 조제된 것으로 알약보다 사용기간이 짧고 습기에 약하므로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무엇보다 알약은 산소나 햇빛과 반응해서 독성을 띠는 물질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약사에서 약에 가장 적합한 보관법을 고려해 만들기 때문에 약은 원래 포장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시럽이나 안약 등은 수분이 많아 세균이나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므로 개봉 후 1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한편, 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버릴 때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리거나 하수구 또는 변기에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버려진 약은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환경오염의 원인이 돼 우리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마련된 통에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