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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음주단속 후 혼자 병원서 잰 채혈수치…신뢰 못해"

검사과정 조작, 관계자 잘못 개입 가능성 때문

하영인 기자 기자  2016.04.10 16: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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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음주운전 단속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혼자 뒤늦게 병원을 찾아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더라도 경찰이 잰 수치를 번복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찰이 단속에 쓰는 호흡측정기는 기기 상태나 측정방법에 따라 오차가 있을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혈액검사에 의한 측정수치를 더 정확하다고 보지만, 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혈액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오모(49)씨는 지난 2014년 3월5일 0시30분께 음주단속에 걸렸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42%였다.

단속 경찰관은 음주수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채혈로 다시 잴 수도 있다고 알렸다. 당시 호흡측정 결과에 수긍하는 듯했던 오씨는 2시간 뒤 경찰서에 찾아가 채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오씨는 혼자 병원에 가 혈중알코올농도를 다시 측정했다. 이날 오전 4시10분께 채혈 방식으로 측정하자 0.011%가 나왔다. 오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그러나 이 수치를 근거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오씨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2심은 혈액검사를 근거로 단속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면 최저 0.04%에 불과하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상고심에서는 다시 유죄 취지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병원에서 측정한 수치가 오씨의 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최근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호흡측정 후 결과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혈액채취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정당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계속해서 "병원측이 신분증을 제출받아 피검사자 본인이 맞는지 여부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며 "혈액 채취 또는 검사과정에서 조작이나 관계자의 잘못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