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갑'이 갑질하면 패가망신하는 세상이다. 비난을 온 몸으로 맞고 있는 재계를 비롯해 청와대와 여당도 반기업정서가 국가 경제 발목을 잡는다며 울상이다. 누구나 힘들 때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법. 갑질 파문에 떠는 대기업에 위로의 매뉴얼을 마련했다.
"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개XX야!" 2012년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인하대 운영 관련 시민단체에 욕설.
'신문지 회장' 2013년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공항서 항공사 용역직원 신문지로 얼굴 폭행.
'땅콩회항'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기내 승무원에 난동.
'갑질 가이드' 2016년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수행기사에 욕설 및 비상식적 운행 수칙 강요.
'갑질 백화점' 2016년 정우현 MPK(미스터피자) 회장. 경비원 폭행 및 가맹점 부당대우.
'100장 갑질 매뉴얼' 2016년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 수행기사 폭언·폭행, 100장 분량 황당 매뉴얼 숙지 강요.
동아시아연구원과 사회적기업연구소는 2014년 2월 글로브스캔(GlobeScan) 주관으로 대한민국 등 26개국에서 조사한 국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설문결과(RADAR 2013)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중 국내 대기업을 '매우 또는 대체로 신뢰한다' 답한 것은 100명 중 35명 뿐,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두 배에 육박하는 6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부에 대한 신뢰여부를 묻는 질문에 47%가 '신뢰한다'는 긍정적인 답을 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은 52%였다. 우리 국민은 정부보다 대기업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 깊다는 뜻이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기업에 비해 국내 대기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박했다.
한국의 반기업정서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대기업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고 글로벌 기업을 더 믿는다. 그러나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은 필요하다(87%)는 것이며, 개별 기업에 대한 인식은 꾸준히 좋다.
즉 개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나 글로벌시장에서 통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믿음은 있으되 다만 대기업 자체로서의 신뢰가 없을 뿐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 유시진 대위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전 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이유는 그가 대중의 눈높이에 꼭 맞는, 그야말로 '취향저격'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12년 글로브스캔(GlobeScan)과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 중 대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70%였다. 반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대기업이 '잘 기여하고 있다'는 답은 28%, '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66%에 달했다. 다른 22개국에서 '잘 기여한다'는 답이 평균 47%, '못하고 있다'가 41%로 비등한 것과는 판이한 차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대기업에 대해 높은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회문제에 기여해주길 기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재벌가의 행태는 이 같은 눈높이에서 한참 모자란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달 디즈니, 록펠러 등 뉴욕의 갑부 가문들이 '상위 1% 부유세를 부과해달라'는 청원서를 뉴욕 주지사와 주의회에 제출했다. 어린이 빈곤과 노숙자 문제 해결, 노후 사회기반시설 보수를 위해 재정 추가 투입이 필요하며 소득 상위 1%를 대상으로 증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반기업정서는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60여년에 걸친 초압축성장을 거치며 이념적, 정치적으로 비화된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과거 자랑거리였던 '초압축' 과정에서 날아간 중요 데이터, 즉 사라져서는 안 될 가치가 너무 많이 유실됐기 때문이다.
더 위험한 것은 '압축해제' 이후 치아 빠진 듯 비어버린 공간을 부정과 비양심, 부도덕 등 썩은 조각들이 속속 채우고 있다는 사실임을 상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