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조폐공사가 '화폐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하면서 사업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만원권이 발행되고, 신용결제가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면서 조폐공사의 정체성을 이루는 화폐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게 사실.
이에 한국조폐공사는 핀테크 확산으로 현금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발맞춰 '화폐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생래적 정체성을 딛고 65년간 축적한 보안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 중이다.
조폐공사가 구상 중인 신사업은 위·변조방지 기술을 활용한 사업이다. 공사 창립 이래 65년 동안 화폐와 신분증의 위·변조를 막는 보안기술을 개발, 축적해온 위·변조방지 보안기술을 민간기업에까지 적용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공서 위조 납품비리, 보안용지로 해결
조폐공사의 위·변조방지 기술이 가장 널리 보급되고 있는 분야는 '시험성적서'다. 지난 2013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 이후 최근에는 공공조달물자, 방위산업 시험성적서 위조 등 대규모 납품비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와 위조 문제로 인한 사회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4년 기술설명회 이후 정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6개 기관이 일반용지에서 은화용지, 복사방해패턴, 스마트기기 인식용 보안패턴 등 보안기술이 적용된 조폐공사의 보안용지로 대체했다.
그 뒤를 따라 산업·부품, 생활·환경·서비스, 안전·보건, 교육·연구 분야 민간시험원에서도 적용이 이어져 공사는 지난해 2015년 기준 총 133개 기관과 계약을 완료해 23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2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안용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변조방지 기술로 파급력을 높이고 있는 조폐공사는 현재 800여 기관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고, 계약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각종 기관과 기업에서 사용하는 중요서류, 식품·안전 분야의 인증서, 보석·토지 등의 감정서와 계약서 등에 보안용지가 확대되도록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지난해 파푸아뉴기니에 보안용지를 수출을 성사시키는 등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라고 덧붙였다.
◆주유기 프로그램 조작 '원천 차단'
최근 주유량 조작 프로그램을 주유기 메인보드에 설치해 정량에 미달하는 석유 제품을 불법으로 판매해 부당 이득을 챙긴 주유소들이 적발됐었다. 정량 미달 판매로 적발되는 건수는 2014년 87개 업소에서 지난해 149개 업소로 크게 느는 등 최근 불법 주유가 늘고 있어 국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암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주유기가 작동하도록 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조폐공사는 주유기 불법조작으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국책 사업으로 추진한 '주유기 불법 조작 방지' 과제에 KTC(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와 함께 참여해 주유기 프로그램 조작을 원천 차단하는 보안 기술 '주유기 전자봉인 보안모듈'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했다.
올해부터 설치되는 모든 주유기는 KTC에서 발행한 인증서가 유효한 프로그램만 메인보드에 설치하도록 개발된다. 공사가 개발한 보안모듈을 주유기 메인보드에 장착하면 주유량을 조작하는 불법 프로그램의 설치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지난해 KTC에 보안모듈 3000대를 공급했으며 신규로 설치되는 전국 주유기에 장착돼 국민들이 안심하고 주유할 수 있도록 기여할 방침이다. 이후 현행 주유기까지 보안모듈 설치가 확대된다면, 주유기 조작은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카드 기술에 적용…해외시장 확대까지
공사는 국가 신분증 제조·발급 기관으로서, 전자신분증의 핵심 기술인 스마트카드 칩 운영체제 원천기술과 다양한 보안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보유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카드 기술을 활용해 전자봉인 보안모듈 기술도 개발했다.
공사의 보안모듈 기술은 사물인터넷, 사물지능통신 기기의 내장 소프트웨어에 대한 위·변조를 방지하고 기기들의 네트워크 통신에 필요한 보안기능을 제공하는 ICT 융복합 기술이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장은 "한국조폐공사는 그동안 축적해온 우수한 디지털보안기술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공공분야의 정보보호와 보안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지속적인 공정혁신을 통해 가격은 낮춰 경쟁력을 키우고, 위·변조방지 첨단기술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1999년도 은행권 용지 수출 시작), 베트남 등 근린 아시아에 은행권용지, 주화 등을 주로 수출해오던 시장을 남미 페루(은행권 완제품), 인도(은행권용지), 스위스(면 펄프, 잉크 안료)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위·변조방지 기술을 적용한 보안용지를 파푸아뉴기니에, 조폐공사 자체 개발 COS(카드 칩 운영체제)를 삽입한 선거용 전자투표카드를 키르기스스탄에 수출해 수출제품 다변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