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6개월 차 A씨(여·33세)는 한달 전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임신 후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지만 회사에서 막 시작한 프로모션 행사로 인해 일손이 모자란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료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한 A씨는 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는 유산 위험이 있어 근무를 중단할 것을 권유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임신초기와 임신말기에 유산 등의 위험성이 있는 기간에 대해 모성보호 차원에서 임신기간에 대한 제한을 설정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모든 여성 근로자들은 임금을 종전과 같이 지급 받으면서 근로시간을 하루에 2시간 단축 가능하다.
상시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경우 지난달 25일부터 적용돼 실시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낳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직장상사는 물론, 본인의 일을 떠맡아야 하는 동료들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확대했다'며 홍보에 급급하기에 앞서 제도 보완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근로시간 단축 개시 예정일의 3일 전까지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개시 예정일 및 종료 예정일, 근무 개시 시각 및 종료 시각 등을 적은 문서(전자문서 포함)에 의사의 진단서(같은 임신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을 다시 신청하는 경우는 제외)를 첨부해 사용자에게 제출하면 된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모든 사용자는 이를 허용해야 하며,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외에도 사업주는 근로자의 자녀 돌봄, 간병, 학업, 퇴직준비 등의 사유로 사업주가 전일제 근로자를 1주 15시간 이상 30시간 미만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전환(전환형 시간선택제)하는 경우 근로자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 15~25시간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경우 사업주는 월 2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며, 주 25~30시간으로 전환할 경우 월 12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단, 임신기 근로자는 월 2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전환형 근로자의 인사·노무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1인당 월 20만원의 간접노무비를 지원받는다. 임신기 근로자를 대신해 대체인력 채용시 발생하는 인건비의 50%(중소기업 월 6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혜택에도 불구, 사업주들은 타 직원과의 업무시간 형평성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직장 내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도 근로시간 단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임신으로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직장 상사의 눈치로 인해 임신 근로자 스스로가 부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A씨는 "동료들과 회사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임신은 죄가 아니지 않느냐"며 "여성근로자의 경우 임신하게 되면 당연히 퇴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부당한 조치에도 신고율은 저조한 현실이다. 고용부의 '2015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단 한 명이라도 제도를 사용한 회사는 11.6%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라는 제도 자체를 들어보지 못한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임신기간 동안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더라도 거절당할 경우 마땅히 항의할 방법도 없다.
신청을 거부당한 근로자 본인이 직접 고용부에 신고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고를 당한 회사 역시 신고한 근로자를 찾아내 퇴사 등의 불이익을 가할 위험성도 크다 보니, 지난해 적발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에 앞서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성관 노무법인 아성 노무사는 "근무시간 단축을 거부당한 임신 근로자가 사업주에 의해 해고를 종용받고, 해고를 당했다면 이는 부당해고 해당한다"며 "아직까지 많은 임신 근로자가 해고 등의 부담을 느껴 제도 활용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올바르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업주를 비롯한 동료직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 역시 현실을 반영한 구체적인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