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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65] 살아 오르는 판, 사회적협동조합 '살판'

'살판나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왔다…다양한 전통연희 지역민과 함께 '기쁨 두배'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4.07 09: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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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작은 체구에 뒤로 넘겨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 부드러운 웃음에 배어 나오는 카리스마. 살판나는 세상을 만들자는 사회적협동조합 '살판' 전동일 대표의 첫 인상이다. 전 대표와 함께 '살판'의 신명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엿봤다.

살판은 1991년 창단해 전통연희가 가지고 있는 풍물굿, 탈춤, 소리, 극, 음악 등 총체적 예술형태의 구현과 나아가 시대와 삶의 모습이 담긴 현대화 작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예술단체다.

20여년간 창작판굿 '하날다래' '바람을 타고 나는 새야', 풍물콘서트 '사계', 마당굿 '낮술' '심심푸리' 등을 공연해온 살판은 지난해 6월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아 비영리법인 예술단체로 재탄생 했다.

◆다양한 조합원 "앗싸! 살판났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동등한 관계로 즐겁게 활동하는 '협동조합'과 그 활동이 나아가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기업'의 특장점이 함께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

살판이 일반 협동조합과 다른 점은 또 있다. 조합원이 네 가지 종류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전 대표는 "직원 조합원, 생산자 조합원, 후원자 조합원, 자원봉사자 조합원으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직원 조합원은 예술활동과 살판의 운영, 실무를 맡는 조합원으로 기존의 정단원과 같고, 생산자 조합원은 예술활동을 함께하는 조합원이다. 후원자 조합원은 물품 및 후원금을 기부하는 조합원, 자원봉사자 조합원은 살판의 공연이나 행사 시 진행 및 다양한 도움을 주는 조합원이라는 설명이다.

살판은 네 가지 종류의 조합원 총 50여명이 함께하고 있으며, 창작품을 중심으로 춤, 극, 소리, 굿을 포함한 전통연희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과 사회, 예술과 시대는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현실의 이야기를 담는 창작 작업을 근간으로 한다는 것.

다만, 창작이라는 심리적 부담감과, 자본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는 시기는 일정치 않다. 많으면 일 년에 한 두 번, 2년에 한 번 등 그때그때 다르다. 이 밖에 지역 축제나 초청 등 전체적인 공연 횟수는 1년에 80~100회에 이른다.

사회적협동조합인 만큼 공적인 활동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전 대표는 "공적인 활동의 기본은 지역이다. 전국 활동도 하고 있지만 지역민들과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는 매년 정원대보름에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등 지역 내 재래시장과 성미산마을 일대에서 1년 한 해 건강을 기원하며 정원대보름 행사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또 성미산마을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마포희망나눔과 함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1년을 마무리하면서 지역민들을 위해 살판 '해보내기굿'도 진행한다.

지역 중심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다 보니 이 지역 일대에서 살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예술 원해

그런 살판도 고민이 있다. 전 대표는 "예술단체 뿐 아니라 어느 단체든 마찬가지겠지만 기본적으로 투자금이 없으면 사업 확장이 힘들다"고 말했다.

예술활동을 하려면 사실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금,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예술단체들은 1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예술지원사업을 펼치는 데 양질의 콘텐츠와 자금, 두 가지 톱니바퀴가 잘 맞아야 한다.

이런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한 해 벌어 한 해 사용하는 '한해살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이런 점 때문에 사회적기업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기업은 정해진 기간 동안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신, 그 기간 내에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또 "예술활동은 엔터테인먼트처럼 상업 활동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대중적 활동도 함께해야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처지에서 자생력을 갖추려면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위에 많은 예술가들이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으려면 정부의 도움과 제도권 안에서의 지원, 그런 구조를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예술가들이 생산적 예술활동을 하는 단체이니 만큼, 많은 예술가들이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살판에서 활동하고, 살판을 떠나더라도 이곳에서의 활동들이 외부로 확장될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공간이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예술, 사람 냄새가 나는 예술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살판을 가장 빨리 만나기 위해서는 오는 8월 예정된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 주목하자. 살판은 다양한 독립적 예술활동을 접할 수 있는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또 하나의 재미난 판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