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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금융기관 '자발적 사직서' 사각지대…본사 관리소홀 탓?

관리 허점에 청렴의지 사문화…사실상 지역책임자 전횡 여지 커져

임혜현·이윤형 기자 기자  2016.04.06 17: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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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경남 양산시 웅상 지역 A금융기관 직원들이 청렴 의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징계처리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단위로 촘촘하게 조직이 퍼져 있는 이 금융기관의 특성상 일관된 일처리 관행이 어느 금융기관보다 필요하지만, 오히려 각 지역별로 또 사안별로 처리할 여지가 있다는 것. 사안의 발단은 약 10년 전 징계기준 강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A기관 중앙조직 감사위원회는 2005년 3월, 향후 예금 또는 대출금 횡령사고를 저지른 임직원에 대해서는 징계 해직하는 등 징계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갑 기관 임직원 행동강령상 징계기준 제24조와 별표 1 등은 횡령이나 절도 등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선택적 여지 없이 '징계해임'을 하기로 정했다.

흔히 '은행원이 돈을 만져 사고를 내면 무조건 잘린다'거나 '요새 어떤 세상인데, 여지없이 해고다'라는 설명이 뒤따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시대적 추세나 다른 금융기관의 상황 등에 비춰볼 때 기본적으로는 맞는 이런 방침이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되고 있다. 행동강령과 다른 이상한 상황이 빚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횡령 무조건 해임? 사실 동네마다 처리 '그때그때 달라요'

예를 들어 보자. 금년 3월 초, 경기도 용인시 A금융기관 직원들은 고객과 이중전표를 만들어 대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챙겼다 경찰 수사망에 포착된 바 있다. A기관은 지난 2013년  10월 이번에 문제가 된 동일한 전표를 발견, 자체 감사를 통해 비위 사실을 적발해 4명을 해고했지만, 피해액 변상처리 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별도로 수사의뢰를 하지는 않았다. 경찰이 따로 첩보를 얻어 수사에 착수한 경우다. 

2016년 1월 일어난 다른 사안을 보면, 1200여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충청북도 충주 주덕 A기관 사건은 지역본부 감사국에서 감봉 1개월과 견책 징계를 통보해 솜방망이 처분 논란을 낳은 바 있다.

한편, 같은 해 2월 경상남도 함양 A기관의 경우는 오히려 과도한 처벌 논란에 휘말렸다. 함양 A기관의 경우에는 중앙조직에서 임직원들에게 직무정지 2월 혹은 정직 1~6월을 요구해 왔지만, 막상 해당지역조직에서 직무정지 5월, 해직 등으로 처분 수위를 높혀 버렸다.

사고 행위자가 아니라 결정권이 있는 임원도 아니었던 직원들의 경우 오히려 징계 해직으로 내몰리고, 또 상위조직의 권고안보다도 극히 강화된 징계가 이뤄지는 등 적정성 논란이 불거진 사례다.

실제로 횡령 외에도 이 A기관은 부당대출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징계해직부터 감봉-견책까지 큰 폭의 스펙트럼을 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처리폭을 결정함에 있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 자의적이지 않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지만, 막상 일선에서 이 같이 처리되지 않는다는 점은 횡령 사고의 처리 논란과 흡사하다.

이런 징계 적정한 논란이 고등법원까지 간 적도 있다. 경기도 이천 A기관 임원들이 횡령건으로 징계해직을 당한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10월 이들 2인에 대해 한명은 절차적 문제를 들어 징계 무효, 한명은 절차적으로나 실제적 적정성상 문제로 징계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원칙적으로 횡령 해임을 당할 수는 있으나, 임원이나 간부직원의 경우 징계위에서 거치게 돼 있는 투표 결과를 제대로 개봉하지도 않았고, 부당대출 등이 이뤄진 내용 등을 볼 때 지나친 조치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횡령의 경우 사고자는 무조건 해임으로 징계한다는 방침이 서 있고, 다른 경우도 사안에 따라 엄정히 처리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우수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마련돼 있음에도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합리성이 두드러져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앙이나 지역본부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고 지역에서 큰 재량을 갖고 있음도 나타난다.

이미 떠난 사람도 '징계 강행' 망신 주고 '사직서 = 전가의 보도' 왜?

문제는 또 있다. 다시 경상남도 함양 지역 사례를 돌이켜 보면, 심지어 이미 퇴임한 임원 2명에 대해서까지 지역 단위에서 해임을 결정하는 등 부관참시도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해당 업계에서 일시적으로 떠난 경우라도 동종 업계에서 일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징계 기록을 남기는 조치가 중요하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지역별로 처리 사안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같은 해 2~3월 역시 경상남도 양산 웅상 A기관 해고 논란이 그런 경우다.

이 곳에서는 자금 3000만원가량을 유용한 경우로 ㄱ씨가 지역본부 특별감사를 받았다. 자금을 유용했지만 결산일까지 메워놓는 식으로 돌려막기를 한 경우로 실제 사고액이 없었다. 사직서를 내도록 지역 A기관 책임자급에서 허락(내지 종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 사직서 제출 요구가 강압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호의로 받아준 것인지와 상관없이 A기관 횡령 사고 처리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축소판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판례의 태도를 보면, ㄱ씨 같은 속칭 돌려막기 경우도 횡령죄의 죄책이 성립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또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무조건 해임을 한다는 행동강령이 서 있는 점도 이미 본 바와 같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어차피 그만 둘 것이니 사직원을 내 두라고 강압적으로 해 두든, 혹은 무리수가 되겠지만 해임 전에 사직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호의로 나서든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의 여러 사안에서 보듯, 실제 횡령 사례도 경우에 따라 견책으로 끝나기도 하고, 오히려 지역본부 등의 징계안보다 강하게 처리되는 등 그 예측이 상당히 힘들다. 이런 경우, 임의로 사직서를 받아둔다는 자체가 문제다. A기관 지역단위조직에서 자의적으로 뒷수습을 할 여지를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까지 만들어 준다.

즉 온정적 징계로 끝날 사안에 이미 접수된 사직서를 근거로 사실상 해고를 해 버릴 수도 있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

본사, 징계변상업무처리준칙 왜곡 방치? '징계 곤란자' 우회로 문제

이렇게 횡령 등 각종 사고 처리가 고무줄 논란을 낳고, 또 이를 의식한 듯 문제 사고 직원에 대해 사직서를 받아두는 식으로까지 대응 방향이 진화(?)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금융사고를 일으킨 징계 직원이라 해도 기득권인 직업을 유지할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전면적으로 부정당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노무관리상 전횡 가능성을 만들어 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계속 문제가 악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일까.

임직원 행동강령의 골자를 추려 보자면 횡령 등 사고자는 무조건 해임, 기타 문제자의 경우도 사안에 따라 엄정히 처리한다는 것이다. 징계사무처리준칙의 골자는 사직 처리 대상자에 대해 사고액을 변상토록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일단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징계사무처리준칙 역시 고의로 사고를 낸 자,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변상 여부나 기존 표창 등 수훈 여부와 상관없이 징계 감경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2007년 등 극히 최근까지 여러 조항이 개정되면서 이뤄진 성과다. 임직원 행동강령을 보완하려는 뜻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양자가 선순환된다면 이보다 좋은 모델이 없다.

하지만 위에서 본 바와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A기관 각 사례를 보면, 선순환보다는 왜곡돼 운영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사실상 어느 곳에서는 이미 떠난 사람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리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징계 수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경우에 사직서를 내 두라고 하고 실제로 편리한 시기 임의로 사직 처리를 해 버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둘은 정반대 사안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임직원 행동강령이나 정계변상처리업무준칙상 제대로 징계받을 권리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가장 큰 공통점이자 최종적 원인이 있다. 

바로 A기관 본사나 지역본부가 일명 '징계불가'라는 보고가 일선에서 들어오는 것을 묵인, 마무리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

즉, 이미 자리에 없어 굳이 징계를 할 의미가 없고 중앙이나 지역본부에서 권고한 징계수위보다 강한 수준인 해임징계자로 처리한다는 것(경상남도 함안 사례)은 무엇을 말하는가. 결국 징계불가로 기록되고 끝날 것이지만, A기관 지역 임의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렇게 징계불가라는 수리 방식이 있다는 것이 '상식'이 된다. 이를 인지하게 된 각 지역 A기관 지역책임자들은 또다른 활용에 나선다. 위의 경상남도 양산 사례처럼 미리 사직서를 받아둔 경우, 반드시 이를 돌려주고 징계 처리를 기다리자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를 보관해 둔다.

경과를 봐서 기다렸다 지역본부 징계에 따라서 처리해 버리거나, 어떤 경우든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자의적으로 이를 수리를 한다. 이런 경우 뒤늦게 내려온 징계안이 중징계든 경징계든 임의사직으로 이미 징계불가라고 통보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양산 웅상의 경우 총무업무 담당자가 사직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ㄱ씨에 대해 이런 취지로 답변한 녹취록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직원 행동강령을 일찍이 10여년 전부터 강화하고, 징계변상업무처리규준을 이에 발맞춰 손질하는 게 실상은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면직처리될 사람을 무사히 떠나게 해줄 온정적 카드로 쓰이든, 혹은 역으로 경한 처분으로 끝날 사람을 내몰거나 망신을 주는 방향으로 악용되든 간에 '횡령사고자는 무조건 해임'이라는 방침과 '징계불가라는 처리 마무리를 인정'하는 것이 서로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은 뚜렷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선 A기관 조직의 지역책임자들이 가진 전횡 소지는 그간 뿌리뽑히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오히려 점차 방법이 정교해지기까지 하고 있다. 결국 이런 허점을 악용한다는 점을 인식 혹은 인식했어야 하는 지역본부, 더 나아가서는 서울 본사 조직이 애써 눈을 감아 버렸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