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990년 이화여대 앞 미스터피자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당시만해도 한국사업 판권만 가졌던 미스터피자는 6년 뒤 일본 현지 흥행을 앞질렀고, 2008년에는 세계시장에서 코카콜라만큼 인지도 높았던 글로벌 브랜드 피자헛과 도미노피자를 넘어 국내 피자업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그리고 2년 뒤 '역 M&A(인수합병)'로 일본 본사를 집어삼키는 '신화'까지 써내려가던 대한민국 거대 피자기업 미스터피자.
그러나 '폭력·폭언' 회장이라는 몹쓸 꼬리표를 달게 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지난 영광은 뒤로 한채 지난해 4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 역시 전년대비 15% 감소하며 실적하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미스터피자의 논란은 최근 수많은 '갑질' 소식과 맞물려 부정적인 시너지를 우울하게 창출하고 있다.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사건과 여성노동자 결혼 후 퇴직 종용으로 알려진 대구지역 주류업체 금복주까지….
식품업계만 놓고도 1년새 사회를 들썩이게 만드는 사건이 들끓고 있다. 과연 다음 차례는 어느 기업이 될지 궁금해질 정도다.
프랜차이즈업계만 놓고 따진다면 최근 '갑질 공방'이 이어지는 곳은 ㈜바르다김선생과 BBQ까지 늘어난다.
㈜바르다김선생은 그간 가맹점에게 쌀과 김 등의 식재료를 일반 시중가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고 점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광고를 결정, 광고비 납부를 강요했다는 피해사례가 접수돼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BBQ는 '비비큐 프리미엄 카페'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모든 가맹점에 총 투자 금액의 연 5%를 최저 수익으로 보장하는 것처럼 거짓 광고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청년 실업률이 급박하게 증가하고 내수경기도 안 좋은 이때, 소비자 사랑으로 부(副)를 쌓은 기업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식만 전해도 모자랄 판에 참 별꼴을 다 보인다.
그렇다면 기업가·재벌들의 '갑질 문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직도 동남아권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돈만 있으면 다 되는 방식'은 한국도 1960년대~70년대에 충분히 경험한 문화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뿌리가 약했던 국내기업들은 정부의 힘을 등에 업으며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 동시에 각자의 이윤을 챙겼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들은 지금의 대기업이 됐지만 고착화된 문화는 고수했기에 '갑질'이 근절되지 못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기업가 및 재벌들이 그들의 현위치를 '신분'으로 혼동한다는 점이다. '재력이 곧 힘'이라는 등호를 유지하면서 소시민과 소속된 직원들을 하대하고 업신여기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접하면서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으로 처벌을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수익구조상 본사 매출이 점주에게도 이어진다는 것과 기업에 소속된 하청기업들의 일거리가 줄어들 수 있는 '구조적 생태'를 고려하면 불매운동은 '도미노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해결방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는 어떠한가. 지난 사례들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흘러 여론이 잠잠해질 무렵 재벌에 대한 처벌은 결국 '솜방망이'였다.
곧 '회사가 곧 내 것'이라는 잘못된 의식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갑질 문화'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이제, 소비자, 사회, 정부는 기업인과 재벌들에게 '작은 부도덕한 행동 하나가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식구조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방안마련에 심각한 고민을 할 때가 왔다.
현재 미스터피자는 이번 폭행사건 말고도 가맹점주들로부터도 치즈가격 폭리 및 상생협약 파기 등과 관련한 사항으로도 갑질 비난을 받고 있다.
미스터피자가 여타 기업과 달리 진정하게 변화된 기업으로 거듭나길 진정 바란다면, 단순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국민 앞에서 고개 숙이는 등의 '쇼'가 아니라 마음 담긴 반성을 행동까지 옮기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반복되는 그들의 고개 숙인 모습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향후 미스터피자가 이번 폭행사건과 점주들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진심으로 관심이 간다. 그냥 무너지기엔 미스터피자의 지난 26년 발자취가 너무 깊숙하게 파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