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날씬함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음식을 탐하는 '식탐'은 곧 죄가 된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숨 쉬는 순간마다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식욕의 노예'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프래더 윌리 증후군(Prader-Willi syndrome·이하 PWS)은 작은 키와 비만, 학습장애가 특징이며 1956년 Prader, Labhart, Willi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46개 염색체 중 15번 염색체에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신생아 때는 근긴장 저하(축 늘어짐), 수유곤란 등이 나타난다. 아동기 이후 지나친 식욕과다로 비만과 합병증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질병이 의심되는 징후들로는 1세 이전 수유 시 사래가 잘 걸리거나 목 가누는 것이 늦는 등의 증상이 주로 관찰된다. 젖을 잘 빨지 못해 체중이 잘 늘지 않으며 피부가 유난히 흰 경우가 많다.
2세 이후에는 너무 많이 먹으려하고 심한 비만과 작은 키가 특징이다. 이런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PWS를 의심할 수 있다. 어릴 때 빨리 진단할수록 예후가 좋다.
현재로서는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조기 발견하면 식이요법과 호르몬치료, 행동조절 교육 등을 통해 일상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 특히 넘치는 식욕에 비해 신진대사율과 에너지 소비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체중조절은 필수다.
PWS 환자의 하루 필요 칼로리는 평균 1000~1200Kcal로 정상인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상당수가 비만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한 PWS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임상3상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종근당이 기술이전을 통해 개발 중인 신약 '벨로라닙(Beloranip·CKD-732)' 이야기다. 벨로라닙은 고도비만과 PWS 치료를 위한 신약이다.
외신에 따르면 종근당의 기술 제휴사인 자프겐(Zafgen)은 최근 벨로라닙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3상 실험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얻었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자프겐은 비만과 관련 합병증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업체다.
이번 임상3상은 PWS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 이상 진행됐으며 벨로라닙을 사용한 환자군은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기타 심혈관 대사 위험 요소 등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마스 휴즈 자프겐 CEO는 임상 결과와 관련해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벨로라닙에 대한 식약청(FDA)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 임상실험 중단 위기에 처했던 벨로라닙의 시판 시점도 그만큼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전병이자 희귀난치병 치료 분야에서 국내 제약 기술이 이뤄낸 쾌거다.
한편 종근당은 기술이전에 따라 해당 약물이 시판되면 수수료를 포함해 약 1500억원 이상의 자산 가치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