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기업의 후진적 문화에 대한 논란이 많다. 비도덕적 갑을행위는 물론이고, 명예퇴직을 압박하기 위해 면벽근무를 시키는가 하면 어느 재벌 부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비윤리적 행위를 일삼았다는 보도가 낯을 뜨겁게 한다.
우리기업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코오 라운드테이블 △유엔 글로벌콤팩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등에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인권경영 실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비록 일부 계층과 기업 사례이기를 바라지만 비윤리적 경영행태나 위법적 인사관리가 현장에서 습관화한 것이 아닌가 우려도 크다.
얼마 전 대한상의는 우리 기업조직이 골병들고, 글로벌 경쟁·저성장 시대를 이겨낼 수 없다는 우려 섞인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근로자들의 상습적인 야근과 상명 하복식 업무지시, 비합리적인 평가시스템과 같은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직 건강도를 검진했는데 조사대상 100개 사 가운데 글로벌 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은 77개 사였으며, 그중 최하위 수준은 52개 사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조직건강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직원 간 시각차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경영진은 자기 기업의 조직건강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수준으로 진단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시각차는 조직이 안고 있는 현안과 구조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 문제의 적기해결, 공통의 기업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올바른 도구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이끌어 내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서로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제안하는 소위 전투적 협상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직원들은 자율보다는 타율적 업무활동에 익숙하게 되고, 화합보다 냉소적인 자세를 갖기 쉽다. 이로 말미암아 개개인의 창의력 발휘에 소극적일뿐 아니라 무책임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직원들의 협력과 책임감을 고취시켜 정확하게 기능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변신은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글로벌 환경은 끊임없이 우리기업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경영시스템을 확립한다 해도 후진적 사고방식과 행동, 업무습속이 개선되지 못한 채 그대로 작동된다면 직원들의 기업 충성심, 업무만족도는 높아질 수 없고, 오히려 생산성,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경영윤리학자 드조지 교수는 기업의 특징과 성격은 그 기업의 습관적 행동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기업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모형화되면서 조직의 전통이 형성되어 가는데, 기업문화는 이들 습관적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기업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이어서 비효율적 회의, 과도한 보고,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의 순으로 나열하면서, 야근문화의 근본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를 지목했다.
유독 기업문화만이 후진적일까. 다른 분야는 더 후진적이라는 말도 많다. 기업문화는 국가와 사회 문화와 유사한 흐름을 갖고 있다. △소통문화 △인간존중과 차별금지 △상생과 다양성 △책임과 의무 △정직과 청렴 △컴플라이언스와 윤리적 가치 등은 기업만이 아닌 우리 국가, 사회 모두의 중요한 현안이다.

문화는 소홀하게 다뤄지기 쉬우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경영진 능력에 못지않게 기업의 지속 성장을 가름하는 요소다. 상호 신뢰 속에 CEO, 경영진의 철저한 의식과 열정, 직원들의 근로정신과 협력이 기업문화 형성의 요체라 하겠다. 아울러 올바른 기업문화 정착을 통해 국가, 사회문화가 선진적 문화로 견인될 수 있도록 기업, 기업단체의 선도자 역할을 기대해 본다.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